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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습니다! 2020년 10월호
 
부끄럽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잘 못하지만, 한때 형편이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찾아가 도울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거나 한국문화에 적응이 잘 안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저는 그저 책을 읽어 주거나 아이들의 눈높이 에서 재잘재잘 쏟아내는 수다를 들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저 자신도 선입견이 많았습니다.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나쁜 어른으로 날 바라보지 않을까?’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대신 겉으로는 보이지 않던 상처, 열등감이 하나 둘씩 아이들에게서 보이기 시작했지만 결코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동심(童心)이 금세 작동하는 게 보였으니까요.

 

사실 지금껏 만난 세상의 모든 사람 중에 마음의 상처나 열등감이 없는 이를 본 적이 없습 니다. 돈이나 권력이 많은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지요. 다만 다른 것은 상처나 열등감을 죽을 때까지 이고 지고 사는 사람과 훌훌 털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의 차이일 것입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드러내지 않은 상처는 안으로 곪아 다른 사람들에게 심각한 제2의 상처를 입히는 경 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결국 누구나 갖는 자신의 상처와 열등감을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돕는 게 관건일 것입니다.

 

뭔가 도움을 주려 했던 저 자신도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동심은 인간을 자유롭게, 아니 인간을 해방시키기도 합니다. 맑고 투명한 샘물에 비친 자신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여 줄 수 있어야 상처와 열등감도 자신감과 건강한 삶으로 스위치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인간의 궁극적인 권리와 의무인 ‘자유’를 너무 경시하고, 상처와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보이는 않는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발행인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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