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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재난지원금 2020년 10월호
 
엄마의 재난지원금

“엄마, 잘 있어. 다다음 주에 또 올게요.”

 

신발을 다시 고쳐 신으려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순간 뒤에서 나를 끌어안는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엄마는 양손으로 내 손을 꼭, 아니 꽉 움켜쥐며 다시는 펴지 못하게 할 기세였다. 내 손에는 종이접기 하 듯 반의반으로 접힌 오만 원 권 몇 장이 들려졌다. 엄마는 아무 말 말고 가져가라며 한 손으로 내 등을 두드렸다.

 

“재난 지원금이 들어왔더라. 나야 혼자고 너네는 네 식구나 되니 이 거 보태서 써. 어차피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니 아무 말 하지 말고 받아. 애들 옷이라도 한 벌씩 사줘.”

 

나는 그저 ‘엄마’라고 부르며 만류해봤지만 엄마는 그런 내 손을 여 전히 꼭 쥐고 놓지 않고 있었다. 앙상한 엄마의 손이 내 손등을 부드럽 게 어루만졌다. “엄마, 그치만 내가 어떻게 이 돈을…” 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이미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일흔이 훌쩍 넘은 엄마의 힘없는 손을 백번이고 뿌리칠 수 있고, 가벼운 종이돈도 놓아 버리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근 20년을 엄마는 고향인 춘천에서 홀로 생활 하고 계신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늘 걱정이라 장녀인 나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다. 내가 재미난 일로 전화기가 터질 듯 떠들 때도 “우리 딸”을 부르며 함께 웃고 기뻐하시고, 때로는 힘들어 말수가 적은 날에도 엄마는 “우리 딸”을 부르며 위로하신다. 늘 한결같이 나를 챙기는 우리 엄마. 내 가방 속에서 따뜻하게 숨 쉬고 있는 엄마의 지원금을 만져본다. 내 손을 꼭 잡던 엄마의 쭈글쭈글한 손등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조보경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며 기업체 중국어강사로 20여 년간 일해오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독서와 글쓰기 공부를 틈틈이 하는 워킹맘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출강을 쉬고 있는 요즘에도 두 아이와 나 자신을 위하여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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