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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디자인
필(必)환경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 2020년 10월호
 
필(必)환경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 운동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비대면 쇼핑이 늘면서 택배 관련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도 일이 되었다. 박스 겉면에 꼼꼼하게 붙여놓은 비닐 테이프는 물론이고, 재활용을 위해 개인 정보가 담긴 스티커를 제거하는 게 제법 번거롭다. 제품에 돌돌 감긴 에어 완충제, 과대 포장이 분명한 플라스틱 패키지까지 내가 주문하지 않았던 ‘쓰레기’의 처리도 내 몫. 비닐에 온몸이 엉킨 바다거북 사진, 죽은 고래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30kg 가까이 나왔다는 뉴스를 환기하지 않더라도 당장 내 일상에 별도 의 수고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각종 쓰레기의 출현은 ‘문제적’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분리한 재 활용 쓰레기들이 종종 무용지물이 된다 는 데 있다. 종이팩류는 일반 종이보다 가격이 2배 비싼 고급 펄프로 만들어진다. 재활용을 잘하면 질 좋은 화장지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 다. 하지만 제대로 헹구지 않거나, 종이류와 따로 분리 배출하지 않는 등의 문 제로 국내 배출량의 무려 70%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폐플라스틱 역시 재활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식용유 패키지만 해도 외부 재질부터 뚜껑까지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로 만드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품 통은 PE(폴리에틸렌)로, 뚜껑은 PP(폴리프로필 렌)를 쓰는 등 다른 재질을 섞어 놓아 재활용이 쉽지 않다. 통과 재질이 다른 뚜 껑을 분리하고 비닐 라벨을 잔여 접착제 없이 제거해야만 비로소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쓰레기 자체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쓰레기 없는 삶,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대명사 가 된 실천가 비 존슨(Bea Johnson)은 1년에 고작 작은 유리병 하나 크기의 쓰레 기만 배출(심지어 4인 가족의 양)해 이슈가되었다. 그의 블로그를 보고 영향을 받 은 뉴욕대 출신의 환경 운동가 로렌 싱어(Lauren Singer)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전파하는 것을 넘어 자기 삶에 필요 한 물건들을 친환경적으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패키지 프리(Package Free)’는 친환경적인 원료와 패키지 사용은 물론 유통과 상품 공급에 서도 플라스틱 제로의 원칙을 지킨다.

 

서울 망원동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은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가게다. 빈 용기를 가져가면 샴푸, 선크림, 세제 부터 커피, 식자재, 향신료 등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원하는 만큼 담아 무게 측정 후 구매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 나라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 일회용품이 하나도 없는 카페 ‘보틀 팩토리’ 등은 플라스틱이 만연한 사회에서 제로 웨이스트적 동선을 제안한다.

 

생산하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 분 해되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는 플라스틱. 내 일상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그것들의 ‘마지막’을 상상해본다. 쓸모를 다한 물건들이 바다에, 땅속에, 공기 중에 흩어져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환경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필(必) 환경 시대, 내 일상의 물건들이 재편된다.

 

김선미(칼럼니스트)

 

《ttl 매거진》 에디터, 현대기아자동차 재중국 매거진 편집장, 한겨레신문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친절한 북유럽》 《베이징 도큐멘트》를 썼으며 현재 기획 및 디자인 회사 ‘포니테일 크리에이티브’를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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