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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살아있는 누군가의 목소리 2020년 10월호
 
그럼에도 살아있는 누군가의 목소리

69세 효정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9세의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한다. 경찰에 신고를 해봐도 경찰과 주변 사람들 모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녀의 치매를 의심한다.

 

영화 <69세>는 줄거리만 봤을 때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효정이 겪은 일은 엄연한 사실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감독은 노인성폭력에 관한 기사를 보고 시나리오를 착안했다고 한다. 기사의 내용은 가해자들이 노인들의 신고가 저조할 거라는 이유로 노인을 범죄의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 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노인성폭력 신고율은 고작 1%대에 머물러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효정은 긴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한다. 경찰에 신고만 하면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고 잘 해결될 줄 알았건만 오히려 이후의 일들이 그녀를 힘겹게 한다. 급기야 나이 차이를 근거로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가해자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효정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에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만둘 수도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럼에도 살아있기 때문에! 하지만 관객들은 그 결말을 알 수 없다. 가해자는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라는 권선징악을 장담할 수도 없다. 다만 그녀가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나아갔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벅찰 뿐이다.

 

69세 효정의 행동에 어떤 이는 큰 용기를 얻을 테지만 줄거리만으로 ‘억지도 이런 억지가’ ‘소설이다’라며 영화에 가해진 별점 테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다시금 씁쓸하게 확인하게 된다. 형편없이 매겨진 별점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69세>는 지금 우리가 한 번쯤은 다 같이 논의해야 할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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