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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의 짧은 글을 읽으면 2020년 11월호
 
샘터의 짧은 글을 읽으면

첫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다. 그땐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다. 입학식 날 신겨 보낼 양말이 없었다. 아내가 헌 어른 목양말을 줄여 코가 뾰족한, 흡사 버선처럼 생긴 양말을 만들었다. 이걸 신지 않겠다고 울고 버티는 아이를 달래다 못해 버선양말을 신으면 나중에 장난감 권총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이 아이가 폐렴에 죽기 전날 밤, 옷을 갈아입히려 헌 옷 주머니를 뒤져보니 유리조각 하나와 동강난 분필 한 자루가 있었다. 아이의 유일한 장난감이자 총재산이었다. 병이 나으면 반드시, 꼭 장난감 권총을 사주마! 다시 약속을 했지만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고 다음날 새벽녘에 숨지고 말았다. 내 선친의 마지막 가르침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라”였다. 나는 아버지께도, 자식에게도 죄를 지었다(1971년 샘터8월호 소설가 오영수 기고).

 

10여 년 전, K형은 건널목에서 기차에 치어 죽을 뻔한 어느 중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불구가 됐다고 그늘진 모습을 보이거나 유머를 잃지 않은 K형은 중학생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어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그 중학생은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으로 피눈물 나게 공부해 일류 대학, 일류 회사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가정 형편이 나아지자 어머니의 충고에도 사치롭고 방탕한 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 타일러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K형의 꾸짖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청년에게 의족을 벗어 던지며 한 마지막 말. “이 병신보다도 못한 사람아! 내 잃어버린 발목이 정말 아깝네.” 그 뒤 우연히 K형을 만나 그 청년의 안부를 물었더니, 일전에 그의 모친이 찾아와 자기 아들을 두 번이나 살려준 은인이라며 고마워했다고(같은 해 샘터10월호 독자 김종석 기고).

 

지난 추석 연휴동안 예전 샘터의 짧은 글을 읽으며 우리의 엄마, 아버지, 친구들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변한 듯 변하지 않는 우리네 삶에 가슴이 찡합니다.

발행인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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