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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만드는 '행복 꽃다발' 2020년 11월호
 
청각장애인이 만드는 '행복 꽃다발'

잡지나 신문뿐만 아니라 이제는 꽃도 정기구독이 가능한 시대다. 사회적기업 ‘플립플라워’를 통해 정기적으로 집에서 꽃다발을 배송받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자 수는 500여 명. 홈페이지에서 꽃다발 사이즈와 수령기간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이 2주에 한 번씩 배달된다. 예쁜 제철 꽃을 플로리스트가 골라 보내주므로 이용자들은 ‘오늘은 어떤 꽃이 배달됐을까’ 하는 설렘까지 꽃과 함께 선물 받는다.

 

꽃 정기구독이라는 배달 서비스도 독특하지만 플립플라워의 특별한 매력은 따로 있다. 바로 청각장애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착한 꽃가게’라는 점이다.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꽃꽂이 레슨을 진행하는 플립플라워는 장애인들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키워가도록 돕는다.

 

꽃 정기구독도 계절 특수에 영향 받지 않고 꾸준히 매출을 창출해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자 고안해낸 서비스 방식이다. 신청이 가장 많은 중간(M) 사이즈의 3개월 이용료는 약 13만 원으로 수익의 절반 이상을 교육에 필요한 재료비, 강사료 등으로 쓰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정식 플로리스트로 채용한 청각장애인들의 인건비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플로리스트 고운지(26) 씨는 청각장애인들이 플로리스트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시야가 약 1.5배 넓고 시각정보 습득이 빨라 색감이나 모양을 조합하는 감각이 뛰어나요. 처음 배우는 데도 선물용으로 손색없는 꽃다발을 만들어내서 놀랄 때가 많죠. 전면에 커다란 TV모니터를 하나 두고 각자 키보드로 타이핑해가며 의사소통을 하느라 수업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가르치는 보람이 커요.”

 

청각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일이 지만 플립플라워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하며 인정에 호소하기보다 제대로 된 결과물로 평가받길 원한다. 그래야 청각장애인도 전문성을 갖춘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박경돈(29) 대표의 지론이다. 때문에 이틀에 한 번씩 새벽 화훼시장에 나가 가장 신선하고 예쁜 식물들을 엄선하며 품질 관리에 공을 많이 들인다. 환경친화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흐름에 발맞춰 최근 포장재도 전면 교체했다. 박스는 재활용이 가능한 크라프트지로, 꽃을 감싸는 비닐포장지는 생분해 비닐로 바꿔 착한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또 이용자들이 꽃에 더 깊은 애정을 갖도록 꽃 종류와 꽃말이 적힌 엽서를 꽃과 함께 동봉한다.

 

“예쁜 꽃다발로 ‘청각장애인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전해드리고 싶은 건 기쁨이에요. 즐거운 표정으로 꽃을 만지는 수강생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행복이 받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플립플라워의 꽃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곳까지 가리지 않고 무료로 배달된다. 크리스마스에는 독거노인들에게 밝은 미소를, 수능이 끝난 후에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예쁜 꽃 한 송이에 담아 전한다. 더불어 특수학교나 복지센터로 출장레슨을 나가 신체적 장애나 경제적 어려움에 절망하지 않고 꽃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일도 꼭 챙긴다.

 

꽃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플립플라워라는 이름으로 모인 여섯 청년의 평균 나이는 스물일곱. 직업의 외적 조건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심성이 꽃보다 더 곱다. 꽃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환한 표정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마침 올 가을에 배달할 꽃은 ‘밝은 마음’이란 꽃말을 가진 분홍 소국이다.

 

플립플라워 www.flipfl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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