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행복일기
아버지의 마지막 유산 2020년 11월호
 
아버지의 마지막 유산

부모님이 사시던 집에 새로 입주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농협 지점장님이 다녀가셨는데 아버님 앞으로 조합원 출자금이 있으셨다고, 6천 얼마인가 된다더라고요.” “네? 6천이요?”

 

아버지는 3년 전 우리 남매에게 우애와 화합의 가르침을 유언으로 남기고 떠나셨다. 흔히 볼 수 있는 자식 간 상속 다툼 같은 게 일절 없었던 것은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유산은 20년 된 자전거와 낡은 농기구가 전부였다. 잘못된 빚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리신 아버지가 6천이나 되는 큰돈을 어찌 간직하고 계셨는지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운영하는 영어학원의 경비가 빠듯하던 차에 뜻밖의 거금이 들어온 것이다. 가족관계 증명서와 내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하니 다른 형제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겠다는 은밀한 계산이 섰다. 그간 지척에서 부모님을 모셨고 앞으로도 산소 관리할 사람은 결국 나일테니 그 정도쯤은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퇴직 이후 별다른 수입이 없는 누나, 코로나 여파로 해외 수출량이 급감했다는 형이 떠올랐다. 도무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농협에 도착했다.

 

“총 6,400원입니다.”

“네? 저는 출자금이라고 해서….”

“출자금은 생전에 아버님이 찾으셨고, 이후에 파생된 수익금이 6,400원인데 액수가 적어도 가족에게 돌려드려야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는 막내아들이 행여 잊었을까 3년 전 가르침을 상기시키기 위해 시험에 들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버지, 그냥 제가 보고 싶으셨던 거쥬? 이 돈으로 예쁜 국화꽃 사서 산소에 심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 가지고 갈게유.

 

윤형구

충남 서산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아버지께서 일구던 밭을 이어받아 조그맣게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함께 밭을 가꾸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옥수수를 수확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다음글] 30년 단골 이발소와의 작별
[이전글] 너무 행복해 얼굴 빨개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