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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단골 이발소와의 작별 2020년 11월호
 
30년 단골 이발소와의 작별

며칠 전 이발을 하러 갔다. 멈춰버린 기찻길 너머로 낡은 삼색등이 힘차게 돌아가는 50여년 된 경남 사천의 현대이용원에는 아직도 손 가위질로 이발을 하고 비누거품을 머금은 노구의 면도기와 녹슨 바리캉이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내게 가운을 씌우고 가위를 잡으신 아저씨는 “오늘이 마지막 이발이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아저씨는 2년 전 허리수술을 받은 뒤로 종일 서서 이발하는 게 힘에 부치신 모양인지 손놀림이 많이 느려지고 빗을 놓치시는 경우도 잦아졌다. 서너 달 전부터는 치료차 이발소 문을 닫는 날이 많아졌고 자식들이 일을 그만두라고 채근한다는 말씀을 내게 자주 하셨는데 결국 결단을 내리신 것이었다. “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좀 쉬면서 병원 치료도 받으려고요. 다른 이발소를 찾아봐야겠네요.”

 

30여년 전 직장 따라 이곳에 와서 스포츠형 머리를 고집하는 나를 위해 정성껏 이발을 해주신 아저씨와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중간에 2년간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도 일부러 찾아와 이발을 했을 정도로 아저씨와는 각별한 정을 쌓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자주 갔었다. 가위질이 빚어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고 실눈 사이로 비친 현란한 가위질은 서커스 같이 신기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발소에는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내 삶을 반듯하게 가꾸어 주었고 인자한 모습으로 추억의 편린들을 엮어주신 이발소 아저씨. 특히나 30년 정이 든 현대이용원 아저씨와의 이별이 유독 아쉽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빌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현대이용원 아저씨,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건강하세요!”

 

이용호

지리산 자락을 즐겨 찾는 5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제빵, 바리스타, 드론에 이어 요리까지 탐내고 있는 요즘, 주말에는 아내와 예쁜 숲길 찾아 걷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막걸리를 챙겨 배낭을 둘러매고 바람 시원한 숲길을 거니는 일상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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