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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제주 해녀의 물질 <제주 해녀> 2020년 11월호
 
사진으로 보는 제주 해녀의 물질 <제주 해녀>

호주 원주민 어보리진,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의 에이즈 환자, 신생독립국 동티모르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특유의 정감 어린 시선으로 보듬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양종훈(60)의 카메라가 오랜 글로벌 여정 끝에 고향 제주 바닷가의 해녀들 곁에 정박했다.

 

해녀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직업으로 사진가라면 누구나 다뤄보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제주 태생인 작가는 해녀들의 삶을 너무 잘 알기에 더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별다른 잠수도구 없이 바다 속 20m까지 내려가 물질을 해야 하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걸쳐있다. ‘내려갈 때 본 전복은 잡아도 올라올 때 본 전복은 포기하라’는 말처럼 해녀들의 삶이야말로 매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위태롭게 오가기 때문이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해녀들의 진짜 모습을 담기 원했던 작가는 소통과 교감부터 시작했다. 육지 사람들에겐 난해한 제주 방언으로 소통하며, 고향집에 놀러온 사람처럼 허물없이 자신들의 얘기를 경청해주는 작가의 진심은 1년여 동안 잔물결처럼 해녀들의 마음에 흘러들었다. 그렇게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연 해녀들은 제주라는 척박한 환경에 순응해온 자신들의 내밀한 삶을 카메라 앞에 가감 없이 드러내보인다.

 

책에는 해녀들이 바다로 나가는 순간부터 물고기처럼 바다 속을 유영하며 물질하는 모습, 뭍에 올라와 일상의 한 여인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이 200여 장의 사진에 모노톤으로 담겨 있다. 수경으로도 가릴 수 없는 주름진 얼굴,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해녀들의 강인한 생명력, 호흡의 한계에 이르러서야 수면 위로 올라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해녀들의 삶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제주 해녀》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대상과의 교감이 먼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작가정신의 산물이다.

 

이종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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