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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20년 12월호
 
희망!

새벽 6시, 벌써 차가운 겨울바람이 차창을 두드립니다. 출근길 동호대교 남단으로 접어드는 한강변이 슬슬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해가 어제의 밤을 걷어 내고 새로운 빛을 선사하는 순간이지요. 매일 아침마다 지나치던 길이지만 오늘은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태양이 한강변과 아파트, 빌딩 사이로 솟기 시작하는 순간을 놓치기 아까워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렀습니다.

 

똑같아 보이던 그 길이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이번 달 월급은?’ ‘세금, 전기료가 왕창 오른다는데…’ ‘코로나가 더 심각해지면 어쩌지?’ 이 순간만큼은 온갖 절망스런 세상사와 걱정거리들이 사라지고, 빨갛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태양처럼 제 마음엔 막연한 설렘이 가득 찼습니다. 우린 그걸 희망(希望)이라고 하지요.

 

제가 경자년(庚子年) 쥐띠생이니 2020년 올해가 ‘나의 해’였습니다. 연초까지도 ‘내 나이가 환갑이구나. 멋진 한 해를 맞자. 여행도 다니고 재미나게 살자!’라는 기대와 포부, 희망이 가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지구촌의 재앙’이 터져버린 것이지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구촌의 재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죄와 벌로 인간 세상만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제는 옛 추억으로 기억할 수는 있지만 어제의 세상을 다시 만날 수는 없습니다.

 

우왕좌왕 하다 결국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기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만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슴이 뜨겁던 삶, 엄마와 함께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마음, 골목길 담 밖으로 주렁주렁 넘어온 감나무를 바라보던 그 너그러움, 그리고 오늘처럼 찬란한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흥분!

 

2021년이 저만치 보이네요. 경자년은 지고 신축년(辛丑年)의 새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우리 일어나 함께 날아봅시다.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 뿐입니다.

 

발행인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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