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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떠나보내고 싶은 한 가지
교직생활에 찾아온 매너리즘 2020년 12월호
 
교직생활에 찾아온 매너리즘

20년 교직생활을 해오다 보니 얼마 전부터 직업에 대한 회의와 슬럼프가 찾아왔던 것 같다. 수업 준비에 할애하는 시간도 전보다 줄고, 아이들과도 마음을 나누는 대화보다 의례적인 얘기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책으로 이어질 무렵, 난데없이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일상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방역을 위해 휴교 조치가 내려졌을 때는 약간의 해방감마저 느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올망졸망 교실을 가득 채우던 아이들의 눈빛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면서 영상 화면으로 다시 만난 아이들이 너무나 반가웠고, 모니터로 보는 아이들 한명 한명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계는 있지만 나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라도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모든 수업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웠지만 ‘카카오톡’이나 ‘학급 밴드’ 등을 통해 더 열심히 소통하고,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1대1 영상 통화로 학습을 도왔다.

 

등교수업이 시작되어 학생들의 안전 확보, 방역,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습결손 등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나는 요즘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위해 즐겁게 노력하고 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코로나19 덕분에 교사 초년병 시절의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되찾고 직업에 대한 매너리즘과 나태함을 떠나보낼 수 있었던 게 올해 나의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김상욱

전교생 68명의 울산 방기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마흔네 살의 교사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초임 시절의 설렘과 각오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반 개구쟁이들이 멋진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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