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내일을 여는 사람
조화로운 삶을 요리하는 김재원표 레시피 2021년 2월호
 
조화로운 삶을 요리하는 김재원표 레시피

 

조화로운 삶을 요리하는

김재원표 레시피

 

배우 김재원이 살고 싶은 세상을 함께 그려보다가 유토피아를 떠올렸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화합하여 사는 꿈의 세상.

적어도 포용심 깊은 그의 마음속에서만큼은 그 세계가 펼쳐지고 있을 것 같았다.

글 한재원 기자 사진 이권호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삶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배우 김재원(41)의 경우가 딱 그러하다. 최근 TV예능프로 <편스토랑>에 출연해 데뷔 20년 만에 처음 공개한 일상 속 그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여덟 살 난 아들 이준이와 친구처럼 즐겁게 요리하며 아이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다정히 답하는 ‘아빠 김재원’으로서의 모습은 그가 이제껏 연기해온 온화한 캐릭터들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톱배우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벗고 아들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 표정에 삶의 여유와 행복이 묻어나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문득 궁금했다. 베테랑 배우이기 전에 가정을 단란하게 꾸려가는 가장으로 성숙해지는 동안 요리는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여러 재료의 장점을 파악해 조화롭게 버무리는 과정이 재밌어요.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가족도 개개인의 성향을 존중해야 화목해진다는 걸 되새기게 되요. 요리를 통해 인생 공부하는 기분이죠. 프로그램 덕에 메뉴를 자주 개발하는 요즘엔 더 그래요. 얼마 전 돼지 후지살 요리를 하면서도 내가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현실도 다른 모습으로 바뀌겠구나 생각했어요. 후지살은 육질이 질긴 부위인데 채를 썰어 김치와 볶아주니 오히려 쫄깃하고 정말 맛있었거든요.”

 

 

매주 과제로 주어지는 재료를 활용해 출연자들이 개성 넘치는 레시피를 선보이는 <편스토랑>에서 배우 김재원의 요리는 유난히 신뢰가간다. 설탕 대신 몸에 좋은 오미자청으로 맛을 낸 ‘파프리카물김치’나 밀가루 면이 아닌 두부 면을 넣어 단백질이 풍부한 ‘마늘종 볶음면’, 항산화 효과가 탁월한 토마토소스로 버무린 새우소를 표고버섯과 튀긴 ‘표고샤’ 등은 다양한 재료가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지는 그만의 레시피다. 시청자에게 재료의 효능을 자상히 일러주며 요리하는 그에게서는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올바른 식습관까지 전파하고자 하는 의욕이 느껴진다.

 

“저는 요리할 때 먹는 사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단 바람이 가장 커요. 정성이 음식 맛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데요. 파프리카찐빵을 만들 때도 위생장갑을 꼈을 때보다 맨손으로 반죽했을 때 훨씬 맛있었던 거있죠? 제 정성이 반죽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일 거예요. 저만 즐거운 게 아니라 타인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사람의 선한 마음을 담는 연기

 

생각해보면 그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15여 편의 간판 드라마들을 히트시키며 국내 대표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해오는 동안, 드라마 속 그에게 매번 마음을 빼앗겼던 건 꽃미남 같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고등학생인 <로망스>의 최관우도, 가슴 속 상처가 있지만 긍정적인 자세로 이겨내는 <내 마음이 들리니>의 차동주도, 권위적이지 않고 배려심 깊은 재벌3세인 <메이퀸>의 강산도 따스한 인간미로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 어떤 허물도 덮어줄 것 같은 든든함을 느끼며 그를 통해 멋진 이상형보단 닮고 싶은 인간상을 그렸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거친 역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주로 선량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는 간혹 맡은 악역조차 인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재해석했다. 데뷔 15년 만에 드라마 <화정>으로 첫 악역에 도전했던 그는 인조(仁祖)를 폭군이 아닌 혼란한 시대속에서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한 남자로 바라보며 그 방황과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 후 <신의 퀴즈:리부트>에서 광기 가득한 조폭 ‘현상필’에 대해 분노 대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력을 보면서 김재원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있을지언정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배우는 없을 거라 확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실패에 대해 많은 이들이 너무 한목소리로 몰아세우는 게 아닌지 마음을 쓴다.

 

“한 개인에게 잘못이라 판단되는 사례가 축적돼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이 많아지면 삶에 어떤 식으로든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사람에 대한 나쁜 편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좋은 이면을 보여주려고 해요. 저 역시 실생활에서 ‘나랑 안 맞아’ 혹은 ‘나 저 사람 싫어’ 하고 단정 짓지 않고 장점을 인정하려고 애쓰는 편이고요.”

 

만약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질책하기보다 정황과 이유부터 묻고 귀 기울일 것이 분명한 그. 박애주의자 면모가 짙은 그는 평소 식습관마저 너그러운 마음을 갖기 위한 일종의 수양처럼 보인다. 몸매 관리가 중요한 직업임에도 그는 유행하는 ‘저탄고지’나 ‘간헐적 단식’ 같은 식단 조절법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보다 늘어난 체중이 걱정인 요즘도 운동량을 늘리려 노력할 뿐 음식의 종류를 제한하진 않는다.

 

식단에 관대한 그가 유일하게 지키는 철칙이 있다면 골고루 먹기다. 한 가지 맛을 거부하는 순간 그만큼 인생의 재미도 사라진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싫어하는 음식이 없다. 최근 그가 즐겨 먹는 건강식으로 화제가 됐던, 쌀눈을 넣어 만든 일명 ‘완전 주스’도 모든 음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메뉴다.

 

은은한 향기처럼 베푸는 마음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흰쌀밥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잖아요. 그러나 전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을 등한시하고 싶지 않았어요. 쌀을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쌀눈을 알게 됐죠. 편식하는 버릇이 마음의 편협함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해요.”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좁아질까 스스로 경계할 만큼 포용심 넓은 그에게는 친구들 사이에서 붙여진 ‘보육원 원장님’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 시절부터 그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의 단골손님들이 어떤 종류의 담배를 피는 지 관찰했다가 다음번에 그 담배를 사서 서비스로 주곤 했다고 추억을 회상하는 그를 보면서 그의 애정 어린 관심은 늘 사람을 향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취방에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라면, 피자, 치킨 등을 넉넉히 사 먹이고, 10여 년 간 퓨전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정성껏 만들어줬던 그는 자신보다 남을 위해 요리할 때 훨씬 즐거웠으리라.

 

배우 김재원이 머물렀던 자리는 언제나 은은한 향이 베는 것 같다. 한 번 만난 공적인 관계조차 그와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마음이 밝아진 느낌을 받으니 말이다. 그 여운 속에서 그와 가장 어울리는 식재료를 찾아본다면 본연의 향으로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허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면을 가꿔 누군가의 일상에 활기를 주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빛나는 스타가 아닌 한 명의 성숙한 사람으로.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카메라로 쓰는 낭만이란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