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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래에도 변치 않기를!
정이 넘치는 텃밭의 이웃들 2021년 2월호
 
정이 넘치는 텃밭의 이웃들

아내와 나는 13년째 집 근처에 분양받은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는 텃밭에서 철따라 맛있는 먹을거리를 얻고 있으며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수확할 때마다 노동의 값진 땀을 확인하곤 한다. 퇴직 후 소일거리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곳에 가면 잠시나마 갑갑하던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코로나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씻겨 나가는 것 같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 부부가 그토록 열심히 텃밭을 찾는 것은 아픔과 울음이 쌓인 도시를 벗어나 이웃들과 뭉근한 정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박한 밭 이웃들과 달콤한 오디 한 바구니씩 나누며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고 오는 정 가는 정으로 옥수수, 감자, 토마토를 푸짐하게 나눌 수 있어 우리에겐 농사가 치유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난 가을 밤에 몰래 내려와 농작물을 다 뜯어먹고 가는 일명 ‘설거지하는 고라니’ 때문에 애를 태우다 먼 건설 현장에서 싣고 온 그물망도 이웃 밭주인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설치를 마칠 수 있었다. 가뭄이 들어 관정에서 물을 길어다 쓸 때도 밭 이웃들은 서로 양보하며 차례를 기다려주었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농사가 더 잘됐던 것 같다.

 

새해에도 부지런히 텃밭을 일구며 이웃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내 아이들과 지인들에게 고구마 한 박스라도 더 보내주어 정을 나누고 싶다.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게 코로나라면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은 변치 않는 정이 아닐까? 이웃 간에 오고가는 순박한 정, 정으로 꽃피우는 평화로운 풍경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강병원

38년 6개월 동안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10년 전 퇴임했습니다. 일흔일곱 살이 된 지금도 텃밭을 일구고, 교회 장로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보람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2남 2녀 자식들에게 ‘좋은 부모, 좋은 인생선배’로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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