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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래에도 변치 않기를!
보람을 주는 내 소중한 직업 2021년 2월호
 
보람을 주는 내 소중한 직업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1, 2위를 놓친 적 없는 ‘번역가’, 그게 바로 내 직업이다. 그동안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춘 번역가들과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해왔는데 조만간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밀려날 거라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몇몇 최신 번역 앱의 기능만 봐도 그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 앞으로는 책의 역자 소개란에 앱이나 소프트웨어 이름이 적히는 걸까 상상만 해도 마음이 삭막해진다.

 

18년 전 중국 외서 번역을 시작하면서 나는 키보드 두드릴 힘이 없어질 때까지 오래오래 번역가로 일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었다. 작가 이름 옆에 내 이름 석 자를 단 책이 세상에 나올 때면 고된 시간이 깡그리 잊힐 만큼 기뻤기 때문이다. 사람 손에서는 몇 달 걸리는 번역 작업을 몇 시간, 아니 몇 초 만에 끝내는 슈퍼히어로의 등장을 막을 재간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오랜 보람을 인공지능이라는 굴러온 돌이 빼앗아가는 것 같아 괜스레 억울하고 슬프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산업현장 곳곳에서 기계가 이미 단순노동을 대체하고 있음에도 그 기계를 관리, 감독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똑똑한 소프트웨어가 제아무리 빠른 속도로 번역을 해내도 오류를 잡아내고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을 사람도 분명 필요할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전자레인지에 빠르게 익히는 즉석식품보다 몇 시간 뭉근히 끓여낸 탕이나 손맛 깃든 음식이 더 맛있다는 건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컴퓨터에서 뚝딱 튀어나온 문장들을 다시 정성들여 주무르는 일만큼은 영영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맘을 안고 노트북 앞으로 출근을 한다.

 

김진아

다음 브런치와 블로그에 번역하는 일상에 관해 ‘눈큰’이란 이름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18년차 도서 번역가입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라 요즘에는 매일 뒷산을 한 시간씩 오르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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