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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없는 스웨덴 화장실 2021년 2월호
 
성별 없는 스웨덴 화장실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문화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곳은 화장실이었다. 스웨덴에서는 남녀가 구분되는 화장실을 없애고, 성별과 성 정체성을 고려해 모두 동일한 남녀공용(unisex)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이야기하며 화장실 앞에 한줄로 서 있는 모습은 나에게 정말 낯선 풍경이었다.

 

남녀공용 화장실은 스웨덴의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단면인 것 같다. 스웨덴은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나라로 손꼽힌다. 스웨덴 정치인 중 여성이 44%를 차지하고, 남성 역시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웨덴 사회가 개개인에게 성별로 인한 어떤 기대 혹은 의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4년째 거주하면서 스웨덴 IT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회사 안에서도 평등한 성문화를 중요한 가치로 꼽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조직 내 직급별 혹은 직무별 성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또한 스웨덴에서 생활하며 여성으로서 누군가에게 다른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지 못했으며 이후에 커리어의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그 이유가 나의 성별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평등에 대한 인식은 언어까지 바꾸고 있다. 스웨덴은 영어의 he, she에 해당하는 남녀의 지칭어 han, hon을 성별이 없는 hen으로 바꾸며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여전히 han, hon이 기본 단어여서 hen이란 단어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평등에 대한 인식이 사회를 실제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유의미하다. 나는 기존의 안정된 것들을 부수고 평등지지하는 이 문화야말로 가장 ‘스웨덴스럽다’라고 느끼게 되었다.

 

스웨덴도 이전에는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화장실 또한 그러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데는 불편을 최소화한 건축 구조의 뒷받침이 크게 작용했다. 스웨덴식 화장실은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 나와 타인으로 구분되어 있는 일인용 화장실이다. 쉽게 말해 장애인용 화장실을 떠올리면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칸 안에 변기와 세면대 등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방과 같은 개념이다. 아무리 같은 성이라도 옆 칸에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기 마련인데, 화장실 한 칸이 방으로 이루어져서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존중받는 기분이다. 손 씻을 때에도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다. 이 같은 환경은 누구든 새로운 시스템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스웨덴의 사회에 자리 잡게 되었다.

 

스웨덴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가 평등하게 느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서 오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처음에는 남자가 나온 화장실에 뒤이어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고 왠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는 남녀가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성별의 구분없는 스웨덴 사회의 남녀공용 화장실 문화에는 나와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깃들어 있다.

 

남현진(브런치 작가)

반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스웨덴에 매료돼 웁살라 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를 마치고 스웨덴 통신사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레코드 스웨덴’이라는 작가명으로 스웨덴에서의 생활을 브런치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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