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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2021년 2월호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며칠 전 딸아이가 그려 거실에 걸어놓은 그림 속에는 눈이 내린 포근한 오후, 서쪽 하늘에 해가 기울고 있다. 새하얀 대지를 비추는 아름다운 노을은 내 마음까지 물들였다. 그림 덕분에 거실이 따뜻하고 화사해졌다며 흡족해하던 찰나, 딸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림이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져 마음이 심란해졌다.

 

배우의 꿈을 품고 수원의 어느 대학 공연연기과에 재학 중인 딸아이는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졸업 작품이 무산된 뒤 현직에 있는 선배들과의 교류도 끊어져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이는 그냥 고향으로 돌아올까 한다며 우울해했다. 아무래도 그 혼란스러움이 그림에 반영이 된 것 같다. 추운 겨울 홀로 서 있는 나무의 앙상한 가지는 차가운 눈에 뒤덮여 있다. 저 나무가 딸의 모습일까 싶어 엄마인 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불안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을 딸아이에게 유독 불안과 좌절은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나 또한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대지를 붉게 물들인 아름다운 노을은 딸의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희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을 오기를 기다리는….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 말 뿐인 것 같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면 반드시 눈부시게 쨍한 날이 올 거야.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봄은 반드시 온단다.”

 

고수미

전북 군산에서 작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낮에는 상담사로, 밤에는 글을 짓는 사람으로 날마다 쓴 글을 통해 내 마음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걷기, 윤리적 소비, 마을 교육, 협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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