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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말 2021년 2월호
 
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말

지난 가을, ‘죽은 자의 날’이란 멕시코 축제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았다. 죽은 사람들이 산 자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는 순간, 저승에서도 그 존재가 가물가물해지다가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힐 때 진정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스토리 때문인지 얼마 전 기일(忌日)을 지낸 아버지 생각이 났다.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나는 일 년 중 몇 날은 기억하고, 또 그중의 몇 날은 잊고 지냈다. 자주 찾아봬야 했지만 당신 살아계실 때 더 살갑게 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나만큼 아버지도 표현이 서툰 분이었다. 결혼 후 내가 친정집에 놀러 가면 더 있다 가라는 말 대신 “사위가 타주는 커피가 참 맛있구나!” 하시며 애꿎은 커피만 자꾸 들이켜시던 생각이 난다. 아마 그런 날 아버지는 커피 때문에 밤잠을 설치셨을 것이다.

 

엄마 혼자 계신 친정에 가면 지금도 나는 아버지 자리에 누워 게으른 낮잠을 청한다. 담요 한 장 덮고 엎드리면 따뜻한 온기가 배로 전해지면서 나른한 잠이 밀려온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바깥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도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으로 올려놓던 아버지. 백일해를 심하게 앓는 어린 딸의 목숨이 어찌 될까 봐 밤새 품에 안고 내려놓지 못하셨다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에 예순한 살이 된 딸은 지금도 목이 멘다.

 

멕시코에서는 ‘죽은 자의 날’에 혼령이 금잔화 향기를 따라 가족들에게 온다고 한다. 가만히 금잔화 꽃잎을 만져본다. 이 황금빛 속으로 들어가 내 몸에 금잔화 향이 스며들면 나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꺼칠했던 그 손을 쓰다듬을 수 있을까? 늦었지만 아버지께 이 한 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아버지, 사랑해요!”

 

김재순

친정아버지께 받은 넘치는 사랑을 가족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사는 예순한 살의 딸입니다. 다음 생에도 아버지의 딸, 내 아이들의 엄마였으면 좋겠습니다. 착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며 행복을 확인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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