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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그 사람이 내 친구입니다
'카드 트리오'의 비밀 프로젝트 2021년 3월호
 
'카드 트리오'의 비밀 프로젝트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반에는 개성 강한 친구들이 많았다. 직접 쓴 소설을 점심시간에 낭독해주는 아이도 있었고, 미팅 나가는 친구에게 연습장을 돌돌 말아 ‘종이 파마’를 해주던 아이도 있었으며 여름방학 전에 급우들 한 명 한 명에게 엽서를 쓰던 다정한 친구도 있었다.


그 중 엽서 쓴 친구와 소설을 낭독했던 친구는 3학년이 되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나와 뭉쳤던 각별한 친구들이다. 우리 셋은 수업이 끝나면 자주 색종이와 색칠 도구를 갖고 모였는데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각자 10여 장씩 카드를 만들어 학교에 갖고 간 우리는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며 카드를 사달라고 졸랐다.

 

학생이 물건을 파는 행위가 자칫 불순해 보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의미 있는 일’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우리의 의지가 더 강했다. 교무실까지 찾아가 카드를 파는 열성을 보인 우리는 마침내 완판에 성공해 적잖은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돈을 갖고 문방구로 달려간 우리는 공책, 연습장, 샤프, 지우개 등 각종 학용품을 샀다. 예쁘고 좋은 걸로만 고르며 난생 처음 돈을 번 기쁨을 마음껏 누렸던 것 같다.


그러고는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의미 있는 일’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우리 반에서 제일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한 친구네 집을 찾아간 것. 우리 셋은 그에게 “우리 거 사는 김에 같이 샀어. 동생들이랑 나눠 써. 그리고 이건 우리 넷만의 비밀이다”라며 학용품을 건넸다.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돈을 벌었을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을 위하던 마음이 어른이 되어 점점 사라진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그때마다 친구를 위해 정성을 모았던 ‘카드 트리오’가 더욱 그리워진다.

 

이지영

대구에 사는 40대 주부입니다.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집콕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카드를 만들었던 친구들과는 연락이 끊겨 간접적으로 소식만 전해 듣습니다. 그 시절이 인생에서 얼마나 빛나는 시간들이었는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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