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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아날로그 감성 2021년 3월호
 
내 마음의 아날로그 감성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바람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괜히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 CD들이 눈에 띄었다


이제 보니 나는 아직도 꽤 여러 장의 CD를 갖고 있었다.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 카세트테이프들을 정리해 떠나보냈고, 덩달아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던 가전제품도 보냈었다. 그리고 이제는 잘 듣지도 않는 CD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이었다.

 

오랜만에 음악이나 들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CD 한 장을 꺼내 들고 플레이어가 내장돼 있는 가전제품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집 어디에서도 CD플레이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노트북을 장만한 뒤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데스크톱 컴퓨터에는 아직 CD를 재생시킬 수 있는 기능이 남아 있었지만 비밀번호가 기억나질 않았다.


혹시나 해서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에 뛰어 내려가 봤지만 차 안에도 CD를 재생시킬 수 있는 설비가 없어 모처럼 음악 감상이나 하려던 계획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의 한 장면처럼 CD로 음악을 듣던 감성을 그리워하는 건 나뿐인 걸까?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어 CD재생 기능이 있는 가전제품을 찾아 주문한 뒤 책장에 방치돼 있던 CD들을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요즘은 귀로 듣지 못하는 CD 속 음악들이 내 마음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해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엽서로 지인들에게 새해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어느 때보다 따듯한 마음으로 시작한 올 한 해는 왠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신정훈

전시회 관람과 문화재 답사를 즐기며 사는 마흔 살의 직장인입니다. 경북 영주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연구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스스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한 줄을 안다’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의 마음자세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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