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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Letter
콩깍지 아내가 털어놓는 남자 취향 2021년 4월호
 
콩깍지 아내가 털어놓는 남자 취향

결혼 20년째, 네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취향이 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남편이나 아이들의 취향은 말 안 해도 아는데 정작 내 취향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4남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온 시간은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잊어버려야 할만큼 많은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내 인생에서 취향대로 선택한 것이 있다면 바로 남편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란 말처럼 결혼에는 조건이 붙는다. 나이, 외모, 학력, 직장, 재력, 집안, 성격 등등을 고려하고 이성적인 호감이 더해져야 겨우 결혼이라는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내 20대도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가 하는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 것인가 하는 마음속 질문에 변치 않는 답이 하나 있었다. 그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대학 동아리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남편은 후배, 나는
두 살 많은 연상의 누나.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던 남편이 복학하던 해 나는 학교를 졸업했다. 처음에는 그저 마음이 잘 통해 자주 만나던 선후배 사이였는데 왠지 모르게 그를 만나면 즐겁고 유쾌했다. 만약 조건을 따지지 않고 사람 자체만 본다면 이 사람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두 살 연하, 거기다 학교 후배로 만난 그는 결코 평범한 결혼 상대자는 아니었다. 자꾸만 내 맘에 파고들어오는 그를 밀어내려고 어느 날 머리까지 단발로 자르고 나타나 앞으로 서로 거리를 좀 뒀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자 남편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서로 거리를 두자는 말이 오히려 그의 용기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내 딴에는 단호한 결심을 보이기 위해 머리까지 싹뚝 잘랐는데 남편은 ‘아니, 머리까지 자를 만큼 우리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하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제행신


 

 20여 년 전, 대학생 때 만난 남편과 결혼해 뉴질랜드, 미국을 넘나들다 현재는 전라남도 끄트머리 목포에서 7년째 살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일용직 노동자인 남편과 네 아이의 응원 덕분에 막연히 꿈꾸던 작가의 꿈을 이뤄 얼마 전 첫 책인 《지하실에서 온 편지》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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