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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Culture
‘할매입맛’으로 추천하는 뉴트로 디저트 2021년 4월호
 
‘할매입맛’으로 추천하는 뉴트로 디저트

 

에디터 한재원

 

스스로 할머니 입맛이라고 ‘할밍아웃’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다. 일찍이 초등학생 시절에 순대국 맛에 눈을 떴던 난 그 고소하고 칼칼한 맛에 빠진 후로 학창시절 내내 돈가스보다 도가니탕을, 콜라보다 쑥차를, 햄버거보다 떡을 즐겨먹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입맛이 그대로인 덕분에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특별히 ‘할매니얼 세대’에 속하게 되었다. 할매니얼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요즘에는 빈티지 감성을 지닌 2, 30대들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을지로입구역 근처 카페 ‘적당’에 갈 때마다 패셔너블한 젊은이들이 소반에 차려진 양갱을 먹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문화를 실감한다. 팥 디저트 카페인 이곳은 ‘적당히 단’ 양갱을 먹을 수 있어서 즐겨 찾는데 초콜릿, 밀크티, 피스타치오 등 아홉 가지 맛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맛은 헤이즐넛이다. 고소한 헤이즐넛이 아삭하게 씹히며 팥 앙금과 부드럽게 섞이는 맛이 그만이어서 ‘단짠’을 능가하는 ‘단고’의 중독성을 경험하곤 한다

양갱을 비롯해 요즘 내겐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전통 간식이 맛집 탐방의 기준이 되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카페 ‘우디집’에 처음 가자마자 단골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건 잘생긴 주인 청년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자주 사주었던 모나카를 새로운 형태로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디집의 모나카 이름은 ‘모나카앙’으로 얇게 구운 과자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드는 전통 레시피에 고소하고 짭조름한 고메 버터를 추가해 풍미를 더했다.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은 팥의 맛이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역시나 과거에도 감탄하며 먹었던 팥이었다. 5년 여 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옥루몽’이라는 카페의 팥죽을 먹고 씹을수록 짙어지는 팥 본연의 향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 후로 친구들을 자주 데려갔는데 우디집표 모나카앙의 재료가 국내산 팥을 가마솥에서 팔팔 끓여 만드는 옥루몽의 수제 팥이라니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화려하게 변신한 디저트 중 추천하고 싶은 또 한 가지 메뉴는 ‘쑥절미 카스테라’다. 서촌에 있는 카페 ‘내자상회’는 쑥인절미와 쑥카스테라에 쑥생크림이 듬뿍 올라간 쑥절미 카스테라로 유명하다. 쑥절미 카스테라와 함께 쑥라떼를 주문하면 그야말로 푸짐한 쑥 한상차림이 만들어진다. 라떼가 달지 않아 두 메뉴를 같이 먹어도 물리지 않고 향긋한 쑥 향을 즐길 수 있어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점점 다채로워지는 전통 디저트 덕분에 뉴트로 카페를 찾아다니는 할매니얼 세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그중 내 최애 디저트 맛집은 바로 우리 집. 얼마 전에도 엄마가 개발한 간식이 입맛을 돋우었다. 직접 뜯어 얼려둔 쑥을 찹쌀과 반죽해 모짜렐라 치즈를 소로 넣고 빚은 떡으로, 이름을 붙인다면 ‘모짜렐라 쑥개떡’ 정도가 좋겠다. 이 떡에 엄마가 평소 즐겨 만드는 알밤쉐이크를 곁들어 먹으니 카페를 차려 판매하고 싶을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깔끔한 엄마표 영양 간식이 있는 한 할매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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