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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자의 서울 드라이브 2021년 4월호
 
초보운전자의 서울 드라이브

 

지난겨울, 우리 부부는 뚜벅이 생활을 청산하고 중고차 한 대를 구입했다. 시기가 잘 맞아 남편의 직장상사가 타던 차를 좋은 가격에 인수한 것이다. 우리 둘 다 장롱면허 소지자였기 때문에 우선 남편이 먼저 연수를 받고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운전은 많이 해야 빨리 는다기에 우리는 주말마다 어디든 나갔다. 교외에 있는 아웃렛도 가고, 대형마트도 다니며 남편은 서서히 운전감을 익혔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남편은 차를 끌고 회사에 가보자고 했다. “나중에 회사에 급히 갈 일도 생길 테니까 직접 운전해서 가보지 뭐!”라며 앞장섰다. 서울 상암동 집에서 이태원에 있는 남편의 회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시내주행은 도로도 좁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언제 끼어들지 모르고, 갓길주차도 빈번해 방심했다가 사고가 나기 일쑤여서 초보에게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게다가 초보운전자에게는 내비게이션 보는 것도 벅찼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놓치니 도착 예정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어느덧 우리는 예정된 코스가 아닌 복잡한 서울 도심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었다. 홍대, 신촌을 지나 서울역에 다다르자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우리는 길 잃은 오리처럼 떠밀려 남대문을 돌아 어느덧 남산길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고 있었다. 창밖 풍경 한 번 쳐다보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앞만 보고 운전하는 남편을 보니 안쓰러워 위로의 농담을 건넸다. “여보, 그래도 경치는 좋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남산 드라이브도 하게 되네.”
그날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온 남편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곧바로 뻗어버렸다. 기진맥진한 남편에게 마음속으로 이야기했다. ‘여보, 나도 곧 운전 배워서 내가 편하게 드라이브시켜줄게.

 

하미연

10년 된 장롱면허를 갖고 있는 뚜벅이 직장인입니다. 중고차를 인수한 후 남편과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휴가 때는 자동차로 동해안 일주를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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