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특집]Letter
'하지 않음'의 진정한 미덕 2021년 5월호
 
'하지 않음'의 진정한 미덕

카페 취식이 금지된 지난겨울부터 완연한 봄이 된 지금까지 거의 매주 도서관을 드나들고 있다. 눅눅한 책 향을 맡으며 서가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진 나는 지금도 매주 책 사이를 거닐다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하면 오묘한 빛깔의 꽃을 만난 듯 멈춰 서서 책 표지와 내용을 살피곤 한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한 권 두 권 책을 읽다 보니 독서에도 더 취미를 붙이게 되었다. 가볍고 잘 읽히는 책을 고르던 취향이 이제는 조금 진지한 주제의 책으로 옮겨갔다. 여간해서는 들춰보지 않던 몇 권의 고전소설을 읽은 후에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코로나 단계가 조정된 요즘은 좌석 간격이 전보다 줄었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종합자료실에 들르거나 머무는 사람의 숫자가 더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이용자 수만큼 작은 기침이나 재채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에 잔뜩 찌푸린 이용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나는 절대 폐 끼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큰소리로 대화하기, 신발 질질 끌며 걷기, 볼펜 딸깍거리기, 탁탁 노트북 자판 두드리기, 전화 통화하기 등등. 뿐만 아니라 대출도서에 밑줄 긋기, 책장 접어놓기, 반납일 넘기기도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책만 읽다가 더 많은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이용 권고 시간 두 시간이 지나기 전에 책 두 권을 대출해 도서관을 나섰다. 봄꽃을 구경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가벼웠다. 내일도 나는 ‘하지 않음’을 실천함으로써 타인에게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다.

 

 

김세원

광주광역시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4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학생들에게 소개할 동화책을 찾다가 ‘도서관생활자’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거의 매일 책을 읽고, 틈틈이 글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핸드팬'으로 극복한 폭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