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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시골
집에서 집으로 떠나는 ‘오도이촌’ 생활법 2021년 6월호
 
집에서 집으로 떠나는 ‘오도이촌’ 생활법

 

글·사진 김미리(회사원, 주말귀촌자)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퇴근인사를 건네고 회사를 나선다. 붐비는 금요일 퇴근시간의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바빴던 평일의 흔적들을 정리한다. 먼저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해결하고 제 자리를 잃은 살림살이들을 정돈한다. 그리고 저녁밥을 든든히 챙겨 먹는다. 이렇게 금요일 퇴근 루틴을 마치고 나면 저녁 9시쯤이 된다. 퇴근길 복잡했던 도로가 슬슬 한산해지는 시간, 남들은 도시의 불금을 한창 즐기고 있을 테지만 나는 그때쯤 서울을 나선다.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좋은 노래 몇 곡을 반복해 들으며 밤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충청도의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나의 시골집에 도착한다.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시골에서

 

2년 전 가을, 나는 충남 금산 시골마을의 쓰러져가는 한옥 폐가를 덜컥 샀다. 오래 고민하고 준비한 것도 아니고, 큰돈이 있어 배포 있게 저지른 일도 아니었다. 인터넷 귀촌 커뮤니티에서 대청마루가 있는 한옥을 매매한다는 글을 보고는 그 주 주말에 바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린 듯 계약을 했고 은행빚을 내어 잔금을 치렀다. 평소의 성격과 맞지 않는 꽤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그때 나는 회사생활과 인간관계에 치여 마음이 피폐한 상태였다. 나는 회사에서 온라인MD로 일하고 있는데 온라인스토어의 상품을 관리하고 매출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5일 근무를 하고 엄연히 퇴근시간도 있지만 온라인스토어는 연중무휴 24시간 열려있다. 자연스럽게 퇴근 후나 주말에도 일이 생기고, 시간과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일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이런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운동이나 취미로 건강하게 해소하는 직장인도 많던데 나는 10년 차가 되도록 그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자연과는 가깝고, 사람들과는 먼 어딘가로 떠나 쉬고 싶었다. 그게 연고도 없는 지역의 시골집을 덜컥 계약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을 폐가라고 불렀고, 사진을 본 친구들은 귀신의 집이라고 불렀다. 나는 수풀이 무성한 이 집을수풀사이로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주말마다 서울과 금산을 오가며 뚝딱거렸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닷새는 도시에서, 주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주말귀촌자가 되었다.

 

 

 

          

 

 

 

금산에서 만나는 특별한 이웃사이

 

토요일 아침, 부스스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대문부터 열러 간다. 외출을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문은 열어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이웃들이 예고 없이 집에 불쑥 나타나서 당황하곤 했다. 또 텃밭이나 마당에서 일을 할 때마다 마을 어르신들이 들르셔서 꼭 한 마디씩 하시는 것도 불편하기만 했다. 그래서 집에 있더라도 대문을 닫고 있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은 대문 앞에 옥수수 몇 개가 놓여 있었고, 어느 날은 담장 틈에 가지 몇 개가 올려져 있었다. 가끔 외출하려고 대문을 나서면 이웃들이 부리나케 달려오셨다. “아이, 대문 열리기만 기다렸네하시며 반찬거리를 툭 안기셨다. 생각해보면 집 공사 중 화장실이 없어 고생일 때도, 한창 저녁 준비 중에 고추장이 딱 떨어졌을 때도 이웃들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조용한 마을에 찾아온 외지인을 이웃 삼아주신 것이다. 인간관계에 지쳐 고립을 위해 찾아온 마을에서 이웃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만났다. 가까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것을 나누고 돕는 사이. 이제 나도 자연스럽게 동네의 여느 집처럼 대문을 열어둔다. 그리고 별 용건이 없어도 이웃집 마당에 종종 들르는 시골살이 새내기다.

 

 

텃밭에서 배우는 것들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가장 재밌는 것은 텃밭 가꾸기다. 계절에 맞는 몇 가지 작물을 심어놓고 매주 들여다보며 기다린다. 얼른 키가 크고, 꽃이 피고, 열매 맺기를! 그런데 몇 주 내내 똑같을 때도 있다. 뭐가 잘못됐나, 뿌리가 썩었나 걱정하며 또 기다린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차례 비가 오면 순식간에 쑥쑥 자라난다. 그렇게 자라난 줄기 하나, 잎 하나도 소중해서 자라는 대로 두고 보았다. 그랬더니 텃밭이 순식간에 밀림이 되고 옆 작물과 얽히고설켜 버렸다. 그 사이의 작은 가지와 잎들은 볕도 못 보고 바람도 들지 않아 노랗게 시들어버렸다.
텃밭을 돌보며 알게 된 몇 가지는 살아가는 데에도 적용할 만하다. 작물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같지도, 일정하지도 않다. 훌쩍 자라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거센 비바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물들이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곁가지들은 자르고 정리해야 바람도 들고 해도 들어 저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대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더딜 때, 나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채찍질했다. 시간과 햇빛, 비와 바람이 필요한 순간에도 말이다. 알면서도 늘 마음에 두고 살기란 쉽지 않아서, 매주 텃밭을 돌보며 마음에 새롭게 담는다. 생각해보니 주말마다 시골에서 돌보는 것이 텃밭의 채소만은 아닌 것 같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온 마을이 조용해지고 휘파람 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호랑지빠귀가 우는 소리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무서웠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다. 그 소리를 배웅 삼아 시골집을 나선다. 이제 서울로 출발할 시간이다.
차로 몇시간을 달리면 어느덧 올림픽대교가 보인다. 서울에 다 왔다는 표시다. 주말 시골살이의 끝이 아쉬워지는 순간, 멋진 도시의 야경이 나를 맞아준다. 그리고 편의점과 배달음식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워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난 원래 도시체질이지!
어디선가 인생을 여행처럼 생각하면 모든 순간이 소중해진다는 구절을 읽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는 시골로, 평일에는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집에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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