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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시간, 40초_유온 2021년 6월호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 40초_유온


 

유온은 SNS ‘틱톡’에서 비연예인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자랑하는 영상크리에이터다. 아이디 ‘온오빠’로 유명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는 유쾌 발랄한 틱톡커로 변신하지만, 평소에는 진지한 크리에이터로서의 모습이 뚜렷해 더 흥미로워지는 인물이다.

 

에디터 한재원 | 사진 이권호

 

 

 

 

 

 

 

 

 

바야흐로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시대다. 15~60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SNS ‘틱톡’이 MZ세대들에게 대세로 떠올랐으며 인스타그램이 선보인 짧은 동영상 편집기능 ‘릴스’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점차 가열되는 숏폼 영상 시장에서 틱톡 채널 ‘온오빠’를 운영하는 영상크리에이터 유온은 다른 콘텐츠를 통해서나, 자신의 주관을 통해서나 다른 이로 하여금 생각의 틀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40초 내외의 짧은 영상 안에서도 반전을 가미하는가 하면 스토리가 반드시 기승전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통상적인 상식을 깨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그의 발상이 많은 사람들을 동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 속 에피소드를 재해석해 콩트 형식의 동영상으로 선보이는 온오빠 채널의 팔로워 수는 1, 500만 명으로 아이돌그룹 BTS(3, 200만 명), 블랙핑크(2, 200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하루 조회 수 1,000만을 기록한 어느 영상의 배경음악이 7년 전 발표된 곡임에도 유명 음악차트에서 역주행할 만큼 온오빠의 영향력이 높다.

 

숏폼 영상이 대세로 떠올라 크리에이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그는 요즘 얼마나 큰 행복감 속에서 지내고 있을까. 이 생각마저도 그가 영상크리에이터로서 영위하는 생활방식 앞에서 방향을 틀게 된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운동을 하는 일상적인 습관조차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삼는 그는 만족감보단 부단한 노력과 고민 속에서 산다. 프로페셔널한 그의 창작철학은 인기라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

 

 

 

 

 

 

 

 

Q. 온오빠 채널의 팔로워 수가 얼마 전 1500만을 넘었다. 각종 SNS의 발달로 영상크리에이터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극심한 경쟁분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팔로워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하죠. 그 분들이 있기에 제 결과물이 빛을 발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실 틱톡을 시작한 작년 5월부터 지금까지 팔로워 수가 관심사였던 적은 없어요. 제 영상의 가치가 숫자에 의해 매겨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관심사는 오로지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콘텐츠인가’에 늘 맞춰져 있어요.

 

 

Q. 온오빠 채널의 강점은 기발한 아이템이다. 기획에 많은 공을 들이는 듯하다. 게다가 업로드가 매일 이뤄져 소재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TV예능프로나 영화 속 장면, 뉴스, 소설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모든 이야기가 소재가 돼요. 심지어 옛 잠언이나 명언도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이고요. 재밌는 스토리는 이미 글과 영상 같은 기성매체를 통해 모두 소개됐을 거예요. 이제껏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기존 콘텐츠를 요즘 시대의 언어, 즉 간결한 영상에 맞춰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에 중점을 둬요.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기에 제가 만들 콘텐츠도 무궁무진한 셈이죠.

 

 

 

Q. ‘온오빠’ 하면 독특한 시리즈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을 도와주는 만능맨의 이야기인 ‘예스맨 시리즈’나 엉뚱한 마술로 웃음을 주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특히 재밌었다. 본인에게 의미 있는 시리즈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엘프의 사랑’이에요. 인간세계에서 귀가 조금 이상한 모양으로 태어난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데, 요즘 학교나 군대 같은 특정 집단에서 조금만 특이한 사람이 있으면 쉽게 배제당하곤 하잖아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든 시간을 조금만 버티면 인정받고 행복해지는 시기가 꼭 올 거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어서 더 애착이 가고요.

 

 

 

Q.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것인가.

 

 

따돌림을 당했던 건 아닌데 친구들의 이해를 받지 못해 늘 외로웠었어요. 친구들과 제 관심사는 항상 거리가 멀었거든요. 당시 영상크리에이터는 굉장히 낯선 직업이었는데 전 그 분야에 흥미가 많았어요. 그런 저를 보고 친구들이 아니꼬운 눈초리로 “넌 왜 이상한 일만 좋아해?”라고 물었죠. ‘아, 나는 평생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 보니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혼자였던 시간은 인생에서 극히 짧은 시간이었던 거죠.

 

 

Q. 힘들었던 시간이 오히려 위안을 주는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온오빠 채널의 지향점은 ‘희망을 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슬픔, 놀라움, 사랑 등 어떤 종류가 됐든 감정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예요. 새로운 감정은 실제로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마음을 치유해줄 수도 있고, 삶의 태도를 바꿀 수도 있죠. 영상은 글이나 말보다 훨씬 직관적이기에 마음에 자극을 주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단 영상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죠. 제 경험이나 나이, 이력 같은 외적요인보다 오로지 콘텐츠로만 공감을 얻고 싶어요.

 

 

 

Q. 동영상만으로 1500만 명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공감을 얻는 영상을 제작하는 나름의 비결은 무엇인가.

 

 

비결이랄 것까진 없지만 좋은 영상은 배려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내 관점에서 스토리를 구상하기보다 영상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거든요. ‘사람들이 이 장면을 이해할까? 다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어떤 기분으로 바라볼까?’ 등등 많은 질문을 상대의 입장에서 던져보죠. 그러다보니 무슨 일이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몸에 뱄어요. 그럼 평범한 일도 신선하게 다가와 제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더라고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습관이 좋은 콘텐츠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Q. 유온으로 보내는 일상도 온오빠로서 제작하는 콘텐츠를 위해 흘러가나보다.

 

 

단정하게 정돈된 하루 일과 속에서 만족스러운 콘텐츠도 나오더라고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신문보고 운동하고 식사한 다음, 오후에 촬영하고 저녁에 편집과 업로드 하는 순서로 하루 스케줄을 정해놓는 편이죠. 신문은 사회적 이슈를 제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용이한 매체여서 꼭 읽고, 운동 역시 영상창작에 큰 도움이 되는 습관이라 매일 빼놓지 않아요. 촬영할 때 텐션을 잃지 않아야 밝은 기운을 전할 수 있어서 체력이 필수에요.

 

 

 

 

 

 

 

Q. ‘창의성은 마음이 아니라 몸에 자리한다’는 말도 있듯이 크리에이터에겐 체력이 정말중요하다. 어떤 운동을 즐기는가.

 

 

수영이나 조깅 같은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체력증진에도 효과적이지만 아이디어 구상에도 도움이 되요. ‘러너스 하이’라 그러나요? 수영할 때 특히 머리가 맑아지면서 정신이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에요. 그 순간 평소에 생각을 가두고 있던 틀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곤 하죠. 그러다 참신한 스토리텔링이나 기발한 소재가 떠오르면 쾌감이 그렇게 클 수가 없어요.

 

 

Q. 숏폼의 단점은 분량이 짧아 애써 구상한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사람들은 한 편의 완결된 영상물이라기보다 단순히 움직이는 사진처럼 보기도 한다.

 

 

MZ세대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특징은 그런 것 같아요. 무엇을 위한 콘텐츠인가 하는 목적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죠. 저희 아버지께서도 ASMR 영상을 한 번 보시더니 소리는 듣기 좋다만 무슨 얘기를 하려는 화면이냐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듣기 좋다는 감정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된 거예요. 보고 그냥 즐거웠으면 제 콘텐츠의 역할은 다한 거죠.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에 3, 40초는 충분한 시간이에요.

 

Q. 앞으로 온오빠 콘텐츠가 창작물의 주제나 의미보다 느낌이 중요하다고 인식시켜주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어떤 창작물이든 머리로 이해해야겠다는 강박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훨씬 재밌는 감상이 될 거예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감정을 바꿀 수 있는 매개체들이라면 모두 관심이 가요. 그래서 음악도 만들고 있고,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있죠. 어떤 형태이든 행복이라는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톡 영상 속에서 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 ‘스탠리’가 떠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연기가 마스크를 쓴 스탠리의 표정처럼 재치 넘치고 화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면에서도 스탠리와 닮았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다가 가면만 쓰면 초인적인 힘을 내는 불사신 스탠리처럼 그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 뒤에서 아픈 기억을 귀한 경험으로, 차분한 성격을 의욕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크리에이터로 꾸준히 활동해나갈 그의 삶은 앞으로 얼마나 더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까. 마스크 덕분에 꿈과 사랑을 모두 얻으며 진짜 인생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던 스탠리가 40초 영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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