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특집]Letter
‘콜라’보다 진한 부모님 은혜 2021년 6월호
 
‘콜라’보다 진한 부모님 은혜

 

육아휴직이 끝나 어쩔 수 없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게 되었다. 정년퇴직 후 편안한 노년을 보내던 친정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찾아와 외손녀를 데려가시면, 퇴근 후 남편이나 내가 부모님 댁에 들러 다시 데려오는 생활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낮 동안 부모님이 육아를 맡아주신 덕분에 나는 다시 편하게 회사로 복직할 수 있었지만 친정집 거실은 항상 육아용품과 장난감으로 발 디딜 틈 없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내색은 안하셔도 평소 조용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시는 부모님들께는 그것 또한 만만찮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퇴근 후 거실 청소라도 해드리려 하면 부모님은 “미안해 할 것 없으니 회사생활이나 잘 해라” 하시며 내 손을 끌어 저녁 식탁에 앉힌다.

 

며칠 전 퇴근해 보니 아이가 어제까지 보지 못하던 예쁜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용돈도 많이 못 드리는데 뭐하러 아이 옷까지 사주셨냐고 타박하는 내게 친정 엄마가 활짝 웃으며 자랑을 하셨다. “그거 산 옷 아니다. 지난번에 네가 올케한테 받아온 헌옷들 가져다 원피스 몇 벌 만들어봤어. 이런 걸 무슨 콜라…. 뭐라고 하지 않니?” 조카들이 입다 물려준 헌옷들이 너무 낡아 보여 그냥 방치해 두었더니 헌옷들을 잘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새옷을 지으신 거였다. 가만히 듣고 계시던 아빠도 “콜라면 어떻고, 사이다면 어때? 예쁘면 그만이지!”라는 농담으로 엄마의 재봉틀 솜씨를 칭찬하셨다.

 

아이 엄마가 돼서도 완전한 독립을 못하고 큰 짐을 지워드린 딸은 오늘도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엄마 아빠! 이 은혜 잊지 않고 제가 더 잘 할게요.”

 

 

 

이성경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살배기 딸을 둔 30대 후반의 사무직 회사원입니다.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부모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아이도 조금 더 자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펜팔 엄마와 메신저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