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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크’에 실패한 까닭 2021년 6월호
 
‘파테크’에 실패한 까닭

 

새내기 주부인 나는 마트에 갈 때마다 놀라곤 한다. 살림을 하기 전에는 야채, 과일 값이 이리도 비싼 줄 몰랐기 때문이다. 장바구니에 별로 담지도 않았는데 돈 10만 원을 쉽게 웃도니 값을 더 꼼꼼히 따지고 ‘꼭 필요한 건가?’ 스스로 되물으며 장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올 봄, 올라도 너무 오른 파값에 몇 번이고 파를 들었다 놨다 했다. 파 한 단에 만원이나 하다니 놀랄 노자였다.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다음 주에 친정에 갈 거니까 엄마한테 파 좀 얻어와볼까? 그때까지는 파 없이 어떻게든 버텨보자.’ 충청도 시골마을인 친정에선 텃밭에 토마토, 고추, 파 등 각종 작물을 키우고 있어 마트에 가지 않고도 건강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나는 더 큰 계획을 떠올렸다. ‘파테크’ 열풍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파테크는 파값이 너무 올라 비싸다 보니 집에서 파를 직접 키워 먹는 게 곧 돈을 버는 재테크라고 해서 생긴 유행어인데 뿌리째 화분에 심거나 물에 담가두면 잘라 먹어도 또 파가 자라니 경제적 부담을 덜 수가 있다.

 

파테크를 해서 당분간은 걱정 없이 파를 먹을 생각하니 신이 났다. 하지만 친정에 도착하니 내 계획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파테크를 하려면 파를 뿌리째 가져가야 하는데 파가 모두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난감한 내 속도 모르고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파 다듬기도 귀찮아 할 게 뻔하니까 내가 먹기 편하게 뿌리도 다 벗겨서 손질해놨어.”

 

그리하여 나의 원대한 ‘파테크’는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으니 애써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친정에서 가져온 파를 냉동실에 얼려 아직까지 먹고 있는데 파를 볼 때마다 ‘웃프’긴 하다.

 

 

정희은

 

30대 직장인으로 지난겨울 결혼한 초보 주부입니다.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요리공부 중인데 ‘똥손’이라 여기던 내가 만든 음식이 그래도 먹을 만하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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