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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머니의 ‘고사리 코인사’ 2021년 6월호
 
두 어머니의 ‘고사리 코인사’

 

“사돈, 여기 고사리 많아요. 얼른 오세요!”

 

“어디 계세요 사돈? 내가 있는 곳도 많아요.”

 

매년 4월만 되면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이 서로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제주의 들판 위로 낭랑히 울려 퍼진다. 여름을 재촉하는 ‘고사리 장마’가 끝나는 시기가 우리 ‘사돈 팀’의 본격적인 활동 시기! 친정엄마는 가시덤불을 헤쳐야만 만날 수 있는 흑고사리를 꺾느라 숲 깊숙이 들어가시고, 시어머니는 안전이 제일이라며 사방이 탁 트인 들판에서 작고 부드러운 백고사리를 뜯으신다.

 

흩어져 종류별로 고사리를 뜯다가 넓은 군락지에서는 서로 손을 보태며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두 어머니를 보면 웃음이 난다. 사돈지간의 사이좋은 모습이 보기 좋다가도 건강이 더 나빠지시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사리를 뜯어오고 나서도 일거리가 도통 줄지를 않는다. 바로 삶아 대나무 발에 널어 햇빛에 말리는 힘든 작업을 두 어머니는 집에 오자마자 쉬지도 않고 해치우신다. 어디 그뿐인가. 비라도 올라 치면 고사리들을 모두 방으로 들여놓고는 선풍기를 튼다, 보일러를 켠다 해가며 이만저만 정성을 들이시는 게 아니다. 두 분 모두 무릎이고 허리고 성한 데가 없어 정형외과를 수시로 다니면서도 기어이 고사리를 캐러 나가시는 것이다.

 

“이게 다 고사리 코인사 하려는 거야. 고마운 사람들, 이웃들한테 나눠주는 재미지. 이런 걸 고사리 코인사라고 하는 거야.” 손인사, 눈인사는 들어봤어도 코인사라니. 코를 땅에 박고 찾아야 하는 데서 유래한 말일까? 결혼생활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동안 어머니들의 체력은 부쩍 약해졌지만 고사리가 어머니들에게 행복한 봄 한 철을 오래오래 선물해주었으면 좋겠다.

 

 

 

성기낭

 

열네 살에 제주로 내려와 30년 넘게 살고 있는 ‘제주 아즈망’입니다. 똑같이 제주에 사는 두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한라산 기슭에서 따온 고사리 볶음! 함께 김장도 담그고 텃밭에서 기른 채소도 나눠 드시는 두 분의 우정이 제주살이를 더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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