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셀럽의 행복라이프
매트 위에 펼쳐지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 _ 서현진 2021년 7월호
 
매트 위에 펼쳐지는 나만의 안온한 세상 _ 서현진

 

 

프리랜서 아나운서 서현진은 얼마 전 요가 강사로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10여 년 간 한결같이 요가를 수련해온 그녀는 엄마로, 아내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지금도 자신만의 평안을 찾는 시간만큼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에디터 한재원 | 사진 이권호

 

 

 

 

‘어느 날 문득 서른 살의 내게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현진, 너 행복하니? 한참을 기다려도 또 다른 나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녀가 본다면 얼굴을 붉힐 테지만, 에세이집 《다시 나를 생각하는 시간, 서른》 속 이 문장에 자꾸만 눈길이 머문다. 삶의 회의감을 느끼며 적잖이 혼란스러워했을 서른 살의 그녀를 떠올리면 마흔의 문턱을 넘은 그녀의 평온한 하루하루가 더 각별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10년 사이 그녀가 겪은 마음의 변화를 헤아려보는 건 내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녀로 하여금 삶의 태도를 바꿔준 결정적인 요인이 요즘 내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생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나도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척추를 바로잡아주는 소도구를 이용해 요가, 필라테스 등을 결합한 동작을 취하는 바른자세운동(SNPE)인데 찌릿찌릿 저렸던 오른 다리와 바위를 얹은 듯 뻐근했던 승모근이 많이 완화되어 만족스럽다. 몸의 변화도 변화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본연의 움직임과 자세다. ‘내 어깨가 이렇게 가벼웠구나, 골반의 회전 각도가 이 정도여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구나’라고 느끼며 그동안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기분에 놓이곤 한다. 몸의 자세를 가다듬으며 나를 찾아가기. 요즘 가장 해결하고픈 이 미션을 프리랜서 아나운서 서현진(42)은 오랜 시간 요가 수련을 통해 수행해왔다.
현재의 감정, 원하는 목표, 꿈꾸는 삶의 모습 등 자신을 이루는 요소들을 작은 매트 위에서 정립해온 그녀를 보면 꾸준한 운동으로 인해 얼마나 공고한 내면세계가 구축될지 기대감이 생긴다. 최근 요가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하면서 자신의 오랜 취미와 한발 더 가까워진 그녀. 마흔을 맞이하는 동안 한 아이의 엄마와 한 남자의 아내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고, 프리랜서로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등 인생의 굵직한 변곡점을 넘어왔다. 하지만 요가를 가까이 하는 생활습관만큼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정장 차림으로 뉴스를 진행하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럼에도 SNS에서 접한 요가 하는 모습에 전혀 어색함이 없어 수련 기간이 오래 됐을 거라 생각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하기 훨씬 전부터니까 요가한 지 10년 정도 됐네요. 서른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도 캠퍼스 내에서 요가수업을 들었으니까요. 항상 요가를 곁에 두려고 노력한 덕분에 오랜 경력을 쌓을 수 있었지만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해요. 생활환경이나 습관에 따라 몸의 컨디션도 계속 바뀌니까요.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요가원에 나갈 수 없었던 상황이라 정말 우울했어요

 

 

기분에 지대한 영향을 줄만큼 요가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가보다. ‘육아맘’이어서 자기 관리할 틈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요가에 그렇게 몰입하는 게 신기하다.

 


사실 요즘 일주일에 하루 이틀 밖에 못하고 있어요. 24시간이 철저히 18개월 된 아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미라클모닝 챌린지’도 하고 싶고 저녁 9시에 아이가 잠들면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은데 피곤해 자느라고 실천하진 못하고 있어요. 요가도 잠깐 짬을 내서 하면 되는데 자꾸 육아 핑계를 대게 되네요. 그래도 마침 얼마 전에 친한 선생님이 저희 집 근처에 요가센터를 오픈하셔서 자주 가서 운동하려고 해요.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운동하는 게 전 훨씬 좋더라고요.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과거에 자신을 ‘자기개발 중독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이번 자격증 취득도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보인다.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 자격증을 딴 건 아니에요. 인생을 한 번 리셋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출산 준비 때문에 요가를 잠시 쉬었다가 2019년 말에 아이 낳고 다시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틀어진 거죠. 그때부터 조급해졌어요. 남들은 원하는 일을 빠르게 찾아 단계를 척척 밟아나가는데 나만 제자리인 기분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요가를 다시 하니까 새삼 ‘맞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요가였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일을 원한다고 해서 언제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끼고 나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열성적으로 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격증을 준비했죠. 공부하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히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즐거웠어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기존에 나아가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도전한 이력들이 돋보인다. 무용을 전공했지만 아나운서에 도전했고, 미스코리아 선발전에 나갔으며, MBC 퇴사 후 재취업 대신 유학을 택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잘 발견하는 비결이 있나.

 


그 부분에서 요가가 가장 도움됐던 것 같아요. 요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명상인데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는 동안 잡념들이 걷히고 나면 ‘나’라는 존재가 보이거든요. 요즘 내 감정은 어떤지,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가 되요. 누군가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면 감정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기, 이것부터 시작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너무 화나고 슬퍼’ 하면서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내가 지금 이런 문제로 힘들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제가 한창 힘들었던 시기가 30대 중반이었어요. 퇴사 후 진로 고민도 컸고, 집안 어른도 아프셨던 데다가 인간관계까지 흔들리던 때였거든요. 그때 ‘내가 지금 힘들구나’ 하고 상황을 개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면서 미래를 그려볼 여유가 생겼어요. 요가는 마지막에 ‘사바아사나’라는 자세로 마무리를 해요. 누워서 온몸에 힘을 빼고 쉬는 자세죠. 힘들게 몸을 움직이다가 궁극의 편안한 자세로 끝내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하기 위해 후회없이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가를 몸매를 다듬는 운동으로만 여겼는데 거칠어진 마음을 다듬어주는 역할이 더 커 보인다. 요가로 내면의 평화를 찾았을 것 같다.

 


처음 요가를 할 때는 옆 사람과 비교하느라 마음이 괴로웠어요. 제가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좋아하는데다가 무용 전공생이었기 때문에 나름 ‘몸부심’이 강했거든요.(웃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경쟁 구도 속에서만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한국무용을 전공하면서도, 미스코리아 선발, 방송국 공채 모두 누군가를 이겨야 성취할 수 있었죠. 그러면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으니 옆 매트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려는 연습부터가 저한테는 엄청난 수련이었던 거죠. 그런데 ‘나는 나일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리 남보다 잘해도 내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에 한 순간도 집중하지 못하면 그대로 자세가 무너지니까요. 이제는 옆 사람이 오히려 건강한 기운을 나눠주는 고마운 존재로 느껴지는 걸 보니 내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것 같아 뿌듯해요.

 

 

내적 성장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성향이라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활동들을 다양하게 즐길 것으로 짐작된다.

 


요가만큼 꾸준히 즐기는 취미가 독서예요. 자존감을 높여주고 활력을 불어넣어주죠. 책 읽을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요. 그만큼 마음과 머릿속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요. 요즘에는 육아와 경제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내용을 요약해주는 시간도 꾸준히 가져볼 계획이에요. 북큐레이터라는 역할이 하나 더 부여되면 책임감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게 될 테니까요. 전 항상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거든요.

 

 

결혼생활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지 않나. 엄마와 아내이기 전에 ‘서현진’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나갈 계획인가.

 


가정을 꾸리고 나서 가족의 행복과 건강이 제일 중요해졌지만 동시에 내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어요. 방송인으로서 어떤 커리어를 쌓을 것인지에 대한 직업 차원의 얘기는 아니에요. 어떤 방식으로 일상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인 거죠. 그 답을 찾으려면 결국 새로운 일에 뛰어들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계속 도전하면서 저라는 존재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며 살고 싶어요.

 

 

‘요가하는 아나운서’ 서현진에겐 한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매트 위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자신만의 세상이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매트 위에서는 굳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목적지는 어디로 정할지 망설이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 편안해진다.
사진촬영을 위해 매트 위에서 호흡을 고르고 굳어 있던 근육을 이완시키며 요가를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여행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처럼 설레 보였다. 일상에서 잠시 잃었던 나를 찾아가는 여행 말이다.

 

 

 

 

 
[다음글] 모든 순간이 특별한 나라, 한국 _ 알베르토 몬디
[이전글]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 40초_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