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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나를 보듬어주는 차 한 잔의 온기 2021년 7월호
 
나를 보듬어주는 차 한 잔의 온기

 

 

글·사진 이슬기(티 큐레이터, @tea_slow)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났다. 나의 반년은 안녕했는가 하는 생각과 앞으로 남은 반년에 대한 걱정이 나를 덮쳐왔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일 년에 한 번은 일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이맘때쯤 꼭 겪고 지나가는 열병 같은 일이다. 누구에게나 어떤 형태로든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싶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단단하게 먹은 마음은 어떤 계기로 쉽사리 무너진다.
이번에 찾아온 열병은 특히나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작년부터 이어온 코로나 시국에 애써 괜찮다며 다독인 마음이 더이상 버티지 못한 것 같았다. 이틀을 꼬박 누워만 있었다. 더 이상 무기력하게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애써 기운을 내 찻장을 열었다. 손에 잡히는 차를 꺼내고, 물을 끓이고,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빚은 ‘보듬이’를 꺼냈다. 보듬이는 두 손으로 보듬어 안는 찻그릇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면 난 보듬이를 꺼낸다. 보듬이가 이름처럼 내 마음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차의 맛과 향을 최상으로 끌어주는 다구가 필요한 게 아니다. 온전히 마음에 와닿아 위로가 되어주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럴 때 손으로 빚은 보듬이의 질감은 누군가 지그시 내 손을 잡아주는 느낌이 들어 일반 다구들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따뜻하게 우린 차를 보듬이에 담아 양손으로 감싸고 잠시 눈을 감는다. 보듬이를 감싼 손으로 차 온기가 와닿으며 은은한 차향이 올라와 서서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간을 보듬어준다. 나만의 차 명상법이다.
보듬이와 같은 찻잔이나 다완, 다구가 없어도 간단하게 차 명상을 하는 방법이 있다. 가지고 있는 머그잔에 평소에 마시던 차를 따뜻하게 우린다. 차가 없다면 끓인 보리차도 괜찮다. 양손으로 머그잔을 감싸고 따뜻한 차 온기를 느끼며 잠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나에게 다가온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잘 다독여야만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나에게 차를 마시는 시간은 고스란히 위안과 위로가 된다. 당신도 지금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면,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나만의 차 명상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차가 일상이 되는 팁, 차 명상

 

따뜻한 차를 찻잔에 담고 양손으로 감싼다. 자세를 바르게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뱉어준다.
손에 느껴지는 차 온기와 차향, 숨소리에 집중한다. 하루에 5분, 10분 정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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