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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1호' 구멍 난 운동화 2021년 7월호
 
'그리움 1호' 구멍 난 운동화

두 해 전, 생일 아침에 딸이 선물 하나를 내밀었다. 부피가 제법 크기에 “뭐, 이런 걸 샀어? 돈 아껴 쓰라니까…”라고 말하니 딸아이가 “오빠랑 같이 산거야. 조금 비싸긴 해도 엄마한테 꼭 필요한 거니까 돈 썼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라며 입을 막았다. 캄보디아 해외봉사를 마치고 귀국할 때 슬리퍼를 신고 돌아온 엄마를 보면서 이번 생일에는 꼭 운동화를 선물해야지 생각했다는 거였다. 그해 여름, 해외자원봉사 출국 때 운동화 두 개를 가지고 갔다가 그곳 학생들에게 운동화를 모두 주고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온 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생일 후 한 달 동안 새 운동화를 고이 모셔 두다가 늘어난 체중도 뺄 겸 걷기운동을 시작하며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새 운동화는 ‘1만보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여기 저기 분주히 걸어 다닌 덕분에 몸무게도 줄어 그동안 입지 못한 옷들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며칠 전,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고치려고 밖에 나간 길에 무심코 아래를 보니 운동화 앞쪽에 구멍이 두 개나 나 있는 걸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운동화야, 그 사이 참 고생 많이 했다. 아껴주는 주인을 만났더라면, 좀 더 조심스럽게, 더 깨끗하게 오랫동안 신고 다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마침 근처에 신발매장이 보여 앞에 진열된 검정색 단화 한 켤레를 사들고 돌아오는데 구멍 난 낡은 신발이 마음에 걸렸다. 집에 돌아와 낡은 운동화를 담았던 종이봉투를 열어보았다. 운동화에 난 두 개의 구멍. 신기하게도 그 구멍이 아이들의 웃는 눈이 되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 1호다’ 라는 구절이 생각나는 이해인 수녀의 시 <신발의 이름>처럼 순한 미소를 담은 내 낡은 운동화엔 지난날의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다.

 

 

박향숙

 

육십을 앞둔 중년의 새로운 명함으로 ‘작가’를 꿈꾸며 글쓰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친정엄마 팔순선물을 위해 《어부마님 울엄마》라는 독립출판물을 펴냈으며 올해도 짬짬이 쓴 글들을 모아 출간하고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위해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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