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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할머니와 고양이 친구 2021년 7월호
 
폐지 줍는 할머니와 고양이 친구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이들이 있다. 분주한 손길로 아파트 이곳저곳을 챙기는 경비원 아저씨, 아침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는 떡집 사장님 등 평범한 내 삶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분들이다. 골목 모퉁이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버려진 것들을 하나하나 주워 실어 무거워진 수레를 끌고 천천히 발길을 옮기는 할머니 또한 내겐 특별한 분이다.
어느 날, 힘겨워 보이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살짝 밀어드리다가 도리어 나 때문에 물건들이 쏟아질까 봐 손을 놓은 적이 있다. 자신의 힘으로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저 수레가 결국 할머니의 삶을 지탱해주는 거겠지?’ 고된 노동 끝에 할머니가 받아 쥐는 건 지폐 몇 장뿐이지만 얼마 되지 않는 지폐를 한 장 한 장 확인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일렁였다.
늦은 오후 놀이터 쉼터로 향하는 할머니 손에는 빵과 물, 고양이 먹이가 들려 있었다. 그런 할머니의 뒤를 고양이 세 마리가 따랐다. 나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며칠을 벼르던 말을 꺼냈다. “저희 집에도 책이랑 수거할 것들이 좀 많은데, 언제 한번 들러주셔요. 그리고 매주 월요일에 박스랑 폐지가 많이 나오니까 앞으로 매주 오셨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는 가만히 내 말을 듣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 후 고양이들에게 “너희들 냠냠 사줄 수 있어서 좋네!”라고 하시며 말갛게 웃으셨다.
가진 것이 부족하지만 나눠주는데 주저함이 없고 나눔의 행복을 아시는 할머니를 보니 나의 하루도 충만해졌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이 그려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내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있어 가슴 따뜻한 행복을 느낀다.

 

 

유순기

 

경북 경산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일을 하면서 ‘초록이’도 키우고 틈틈이 글도 쓰며 더욱 열심히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세 아이에게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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