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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을 지켜준 소방관 2021년 7월호
 
우리 가족을 지켜준 소방관

서울에 사는 막내딸 부부와 귀여운 손녀가 내려온 어느 봄날이었다. 저녁 무렵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놀다가 맞은 이튿날 아침, 재를 텃밭 옆에 버리고 난로를 깨끗이 청소한 후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집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이야, 불!”
너무 놀라 당장 마당으로 나가 보니 잔뜩 독이 올라 뒷산으로 번져가는 불길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내다버린 재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식구들 모두 뛰쳐나와 양동이에 물을 받아 뿌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날름거리는 불 아가리 속으로 모든 게 빨려 들어갈 것 같아 공포가 밀려왔다. 119로 화재 신고를 하는 동안에도 손이 떨려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어 여섯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신고를 할 수 있었다.
신속하게 달려와 준 소방대원들 덕에 천만다행으로 불길은 기세가 점점 누그러졌다. 소방대원들은 불씨 하나까지 샅샅이 찾아 완전하게 진압하고 나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에서 내려왔다. 무서운 화마와 싸우다 돌아온 대원들에게 난 눈물범벅이 된 채 큰절을 했다. 지옥에 갔다가 천당에 온 기분이 그런 기분이었을까? 내 가족을 지켜줘서, 한걸음에 달려와줘서 대원들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제 맘 놓으세요. 대신 혹시 불씨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세 시간 정도 잘 지켜보시는 것, 잊지마시고요” 하고 위로해주는 그분들의 마음이 또 너무 고마웠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묵묵히 지켜주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들의 노고를 잊지 않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소정희

 

전북 순창에서 골프, 장구, 취타 등을 즐기며 살고 있는 70대 가정주부입니다. 불이 났던 날을 생각하면 집도 가족도 뒷산도 무사한 게 감사해 아직도 울컥합니다. 많은 분들의 땀방울로 지켜낸 소중한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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