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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동네책방
'책 읽기 딱 좋은' 동네책방 이야기 2021년 7월호
 
'책 읽기 딱 좋은' 동네책방 이야기

 

 

 

같은 동네 사람들 사이엔 자신들끼리만 공유하는 ‘동네 취향’이란 게 따로 있는 걸까? 아니면, 취향이 비슷해
같은 동네에 모여 사는 걸까?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이해와 공감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문을 연 독립서점 ‘옥수서재’엔 책 읽기와 토론을 즐기는 비슷한 취향의 주민들이 자주 모인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그들은 옥수서재가 ‘책 읽고, 얘기 나누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권오준(독립서점 ‘옥수서재’ 공동대표)

 

 

‘지역과 함께, 찾아주신 분들과 함께 공간과 가치를 공유하는, 이해와 공감을 경험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 2019년 5월, 동네책방 ‘옥수서재’의 문을 열면서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서점 소개글이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짧은 문장 안에 여러 생각을 담으려다 보니 꽤 오래 고민해 작성했던 생각이 난다. 처음부터 서점 형태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책이 있는 공간, 혼자가 아닌 여럿이 사유하고 공유하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다 보니 서재(書齋)라는 공간의 이미지가 정해졌고, 그 계획이 구체화되는 사이에 자연스레 동네책방으로 귀결되었다.
옥수서재가 자리한 서울지하철 3호선 옥수역 7번 출구는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한남동에서 옥수동, 금호동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 위치했더라면 사람에게 좀 더 눈에 띄었을까? 하지만 소박한 옛 동네의 모습이 남아 있는 옥수동 아랫동네도 그리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름대로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이곳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니까.

 

 

책과 드립커피, 음악이 어우러지는 곳

 


옥수서재 로고엔 나를 포함해 이곳을 기획했던 공동대표 두 사람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로고는 네 권의 서로 다른 책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책의 색깔과 크기가 각기 다르고 마지막 한 권은 다른 책에 기대어 있다. 책들이 다양하듯, 사람들 또한 다양하다. 크고 작고, 생김새도 피부색도 각각 다르다. 홀로 선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기대야 설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다르다는 것을 우열로 인식하고, 다름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고 서열을 짓는 일들이 많은 세상에서 옥수서재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기여하기를 바랐다.
입구에 걸린 간판과 작은 입간판 하나, 활동이 뜸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옥수서재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걸음이 너무 더뎠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지난 것은 아니구나 생각하면, 앞으로도 옥수서재를 존재하게 할 힘은 소위 ‘존버(끝까지 버틴다)’가 아닐까 싶다.
옥수서재의 가장 큰 특징은 고요함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그렇기도 하지만, 음악 선곡이나 공간의 분위기가 책 읽기에 딱 알맞게 차분하게 조성되었다. 다양한 책들과 드립커피, 듣기 좋은 음악과 20여 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이보다 책 읽기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단골고객들의 말이다. 일부러 옥수서점을 통해 책 구입을 신청해주시는 동네분들, “커피가 정말 맛있다” “혼자만 알기 아까우니 아파트에 홍보 전단물을 게시하면 좋겠다”며 격려해주는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지난 2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특별히 기억나는 고객도 많다. 늘 아이를 데리고 와 가만가만 책을 읽어주던 젊은 엄마는 요즘 이곳에서 자신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게 된 덕분이다. 아이가 이것저것 맘에 드는 책을 꺼내 읽는 사이, 자신을 위한 책을 둘러보며 여유 시간을 즐기는 그녀를 볼 때마다 ‘그래, 어느 동네나 이런 책방 하나쯤은 있어야 주민들이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지!’ 하는 확신이 든다.

 

 

 

 

 

옥수서재
서울 성동구 옥수동 360 지하 1층
영업시간 : 12:00~18:00(월, 토)/ 12:00〜20:00(화〜금)/ 일, 공휴일 휴무

 

 

모두에게 열린 변신의 공간

 


가끔씩 찾아와 두세 시간씩 책을 읽다 가던 50대 후반의 중년 남자 손님도 기억에 남는다. 그가 이곳을 세 번쯤 방문했을 때 반갑게 인사를 건네니 “이상하게 여기 오면 책이 잘 읽히는 것 같아요”라는 말로 나를 감동시켰다. 여러 손님들에게 이곳에 오면 특별히 책이 잘 읽힌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가만히 그 이유를 짐작해 본다. 사회적 공감력과 감수성이 필요한 책, 역사에 대한 인식과 안목을 넓히는 책들은 아무래도 혼자보다 여럿이 읽고 함께 얘기 나누고픈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하고.
옥수서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고 문의 메일을 받았다. 독립출판물로 펴낸 소설을 우리 서점에 입고시키고 싶다는 의뢰였다. 혼자 책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만들어낸 책이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통로 역시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을 책방을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동네책방 옥수서재가 신경 쓰게 된 일이 독립출판물들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한 권 두 권 입고된 독립출판 책들이 어느덧 70여 권. 옥수서재의 정서와 방향에 따라 기성 출판물들도 선별해 입고하고 있지만, 독립출판물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건 옥수서재의 중요한 색깔이 되었다. 펴낸 책의 내실이 어떠하든, 펴낸이의 수고와 의미를 알아주는 곳이 되는 게 옥수서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독립출판물을 포함해 옥수서재는 현재 약 1,700여 권의 책들을 전시하고 있고, 동네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책읽기 모임’을 가질 만큼 책 읽기 좋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옥수서재는 지난 2년의 시간 속에서 설치미술전, 회화전, 선물포장 전시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개인 작품을 위한 전시, 여러 책방과의 연결을 시도한 그림 전시,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의 작품들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쓰임새를 넓혀가는 중이다. 필요할 땐 인터뷰, 책모임, 북토크, 세미나, 작은 공연, 영상물 촬영을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꼭 옥수동 주민들이 아니면 어떤가! 지금도 우리는 이곳이 필요에 따라 열린 공간으로 더 많이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책방 베스트셀러3(무순)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문학과 지성사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현대의 중심 가치인 이 세 개의 개념을 통해 사회를 다시 정의하는 책.

 

 

《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 북뱅크
부모의 욕심으로 앞질러 나가지 않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 자아를 찾도록
가만히 들어주고 도와주는 수용과 경청의 그림책.

 

 

《쓰기의 말들》
은유 / 유유
소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발굴하는 능력으로 자기만의 글쓰기를 선보인 니체, 조지 오웰, 신영복, 김훈 등의 ‘쓰기에 관한 문장’을 간추려 뽑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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