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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상담원과 중국인 새댁 2021년 8월호
 
전화상담원과 중국인 새댁

나는 공공기관 상담센터에서 직업훈련분야를 안내해주는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친절 응대를 기본으로 하는 상담원인지라 때론 고객의 핀잔이나 조롱, 거친 욕설도 참아 넘겨야 하고 속상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그런 반면 가끔은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한번은 한국에 시집와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중국인 새댁에게 전화가 왔다. 국비로 교육을 받고 가까운 곳에 취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상담을 청하는 전화였다.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 시골 시댁에서 한 1년 살면서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많이 보았던지라 그 새댁에게 마음이 쓰였다.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시집 온 새댁들이 농사일에 적응을 못해 일자리를 알아보는 상황이 안타까웠고, 언어의 장벽이 있는 데다 마땅한 자격증도 없다보니 취업할 길이 막막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순 없을지 고민한 적도 많았다.
센터로 전화를 걸어온 새댁도 말이 서툴고 느렸다.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는데도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다행히 국비훈련에 필요한 기본 서류를 문자로 보내준다고 하니 핸드폰 번호를 또박또박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상담이 금방 끝났을 텐데, 설명이 길어져서 십 분이 넘어서야 전화를 끊게 되었지만 전혀 짜증스럽지가 않았다.
“상담원 장명숙이었습니다” 하고 전화를 끓으려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해요, 짜이찌엔(안녕히 계세요, 또 만나요).” 자신의 모국어로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표현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를 생각하면 오늘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생각에 출근길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진다.

 

 

장명숙

전라도 광주의 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6년째 상담사로 일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따뜻한 감사인사를 전하는 고객들 덕분에 보람을 느낍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올봄 동화책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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