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궁리
행복일기
샘터시조
 

 

Home > 월간샘터 > 이달의샘터
[Special Theme] 정리습관
내 삶을 바꿔놓은 정리정돈 2021년 9월호
 
내 삶을 바꿔놓은 정리정돈

 

 

 

가지런히 정돈된 물건들을 보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넉넉지 않은 농가였지만 항상 집 안팎을 깨끗이 쓸고 닦던 친정엄마를 보며 자란 덕분에 학창시절부터 나는 방청소 하라는 잔소리 한번 듣지 않았을 만큼 깔끔한 성격이었다.

 

22년 전 결혼과 함께 남편이 살던 13평짜리 집에 신접살림을 차린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손으로 직접 도전한 셀프 인테리어였다. 남자 혼자 살던 곳이라 뒤죽박죽 뒤섞여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오랫동안 손때가 묻어 거무튀튀하게 변한 벽에는 포인트벽지를, 누렇게 변색된 싱크대에는 시트지를 붙여 리폼을 하고 나니 간신히 신혼티가 났다.

 

하지만 집이 좁다는 건 뭔가를 계속 치워야 한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필요 없어진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 살 때도 꼭 필요한 물건인지 따져본 후 구입해도 정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럴수록 나는 정리정돈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짜냈다.



정리 노하우 전수하기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않게 싱글맘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장 생계가 급했다. 청소나 정리정돈은 고사하고 이혼 후 떠안게 된 수 천만 원의 빚을 갚고 아이와 함께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느라 숨 고를 여유조차 없던 그때, 생계를 위해 하루에 4개씩 병행하던 아르바이트 중의 하나가 가정집 청소였다.

 

청소 의뢰를 받아 다른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보니 청소뿐 아니라 정리정돈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사실 지금도 우리 주변엔 집안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정돈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치우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넓은 공간도 소용이 없다.

 

치우지 않고 사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배우자의 외도나 가정폭력처럼 가정 불화 때문에 정리에 대한 의욕을 잃은 사람도 있고,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물건 치우는 걸 미루다 물건을 쌓아두게 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치워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라는 하소연이다.

 

정리는 청소와 다른 개념이다. 정리는 불필요한 걸 버리고, 자주 쓰는 물건과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구분해 보관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습관처럼 몸에 익혀야 한다. 공간 효율이나 생활의 편리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물건들을 정리하기 힘들다고 푸념하는 집들도 내 눈에는 수납공간이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남들보다 손이 빠르다고 자부하던 나는 그 뒤로 4시간에 마치기로 계약돼 있던 청소일을 서둘러 3시간 만에 마치고, 남은 1시간 동안 집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정돈하는 데는 나만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우선은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처분하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가급적 용도별로, 사용빈도별로 한 곳에 모아 보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령이다. 예를 들어 버릴 것과 안 버릴 것, 사용 물건과 추억 물건 등으로 물건을 세분화하면 정리가 더 쉬워진다. 같은 계절옷이라 해도 한 곳에 모아 보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상의와 하의, 짧은 옷과 긴옷 등으로 나눠 보관하면 생활이 편리해진다.



‘끼리끼리’ 수납하는 게 원칙


그렇게 물건 정리를 도와주었던 고객들에게서 재방문 요청이 이어졌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찾고 있던 나는 그 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5년 전, 친정엄마의 환갑선물로 친정집 셀프 인테리어를 함께 했던 여동생이 “언니는 셀프 인테리어도 잘하고,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니 정식으로 자격증을 취득해 활동해보면 더 좋지 않겠어?”라는 말을 꺼냈다. “뭐야, 그런 자격증이 다 있어?” 하고 웃고 넘기려다 호기심에 알아보니 이 일이라면 정말 즐기면서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격증 공부를 할수록 정리의 필요성을 더 절감했다.

 

그렇게 취득한 ‘정리 수납 1급 자격증’은 생각지 않았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해주었다. 내게는 별 것 아니지만 정리하는 습관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력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사업에 대한 욕심을 내게 해준 덕분이다. 2년 전부터 나는 자그맣게 공간 컨설팅 사업을 시작해 공간 정리와 가구 재배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여러 명이 더 생겨 집 전체 정리, 이사 후 정리, 잡동사니 정리 등 정리정돈이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열심히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한 달 평균 20곳 이상의 정리 요청이 들어온다. 말끔히 치워진 공간을 둘러보며 감격스러워하는 고객들에게 “앞으로는 가급적 꼭 필요한 것만 사시고, 필요 없어진 물건은 미련 없이 나눔이나 중고거래로 처분하세요. 물건 정리할 땐 꼭 끼리끼리 수납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하고 내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돌아서면 마음이 제법 뿌듯해진다.

 

습관전문가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돈이 복리로 불어나듯이 습관이 반복되면 그 결과 역시 곱절로 불어난다는 뜻이다. 잠시 나를 힘들게 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더 큰 복리로 돌아온 것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정리정돈을 위해 바쁘게 집을 나선다.

 

 

신승희

뒤죽박죽 엉켜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게 특기이자 직업인 45세의 정리 수납 전문가입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좋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입증하고 싶습니다.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