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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에서 경험한 ‘머피의 법칙’ 2021년 9월호
 
제주 올레길에서 경험한 ‘머피의 법칙’

 

‘여행은 사람을 겸손해지게 만든다’고 말한 프랑스의 어느 작가도 나처럼 여행길에서 자책하는 경험을 여러 번 해봤음이 틀림없다. 애초에 세운 계획들이 여러 난관에 부딪히느라 기를 펴지 못했던 이번 제주 여행. 4박 5일간의 나 홀로 여행은 내게 모든 일에 대해 잘 안다고 확신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일기예보에서 여행기간 내내 ‘맑음’으로 표시되던 날씨만 해도 그렇다. 깜빡하고 숙소에 두고 나오긴 했어도 일기예보를 그대로 믿지 않고 집에서 우산과 우비를 챙겨온 준비성을 하늘은 왜 알아주지 않았던 건지! 그날 오후, 비를 쫄딱 맞으며 저녁까지 올레길을 걸으면서 숙소에서 나올 때 준비물을 한 번 더 체크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올레길 2코스를 걸었던 날은 더 한심스러웠다. 여행 전에 인터넷을 뒤져가며 올레길에 대해 나름 열심히 공부했던 나였기에 필요한 정보는 충분히 습득했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아니었다. 길에 표시된 파란색과 주황색 화살표의 차이를 모르고 주황색만 따라 걷다가 출발점으로 돌아와버렸던 순간은 떠올릴 때마다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올레길 완주 스탬프를 찍는 곳이 무인인증센터라는 점을 모르고 콜센터를 여러 번 귀찮게 한 일, 트래킹용 운동화를 챙기지 않아 왼쪽 새끼발가락이 빠질 듯한 통증을 참아내야 했던 일 등 부끄러운 에피소드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은 실망감만 남기지 않는 법. 더위를 식혀준 이슬비, 길을 헤매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주인의 친절함에 기분이 좋아졌던 순간, 혼자 걷는 길이 외로워지던 찰나에 만난 초면의 길동무…. 내 여행담 보따리에는 뜻밖의 행복을 안겨준 에피소드들도 가득하다.

 

 

백운기

국내 무역회사의 요르단 암만 지사장으로 지내다 귀국해 상가 건물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암으로 아내를 먼저 보낸 슬픔을, 소소한 식도락 나들이를 즐기며 달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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