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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세월이 선물한 주름 목걸이 2021년 9월호
 
50년 세월이 선물한 주름 목걸이

 

나도 어느덧 오십대에 접어들었다. 청춘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을까. 치열하게 살았던 20, 30대에 비해 삶의 여유가 생긴 지금이 만족스럽다가도 부쩍 병원과 친해진 친구들이나 먼저 하늘로 떠나간 얼굴들을 떠올리면 세월 가는 게 서러워지곤 한다.

8살배기 늦둥이 딸아이의 눈에도 엄마의 나이가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늘어 요즘 내 화장대 앞을 떠날 줄 모르는 딸아이가 얼마 전, 나를 보며 대뜸 물었다. “엄마, 목걸이 했어?” 젊은 시절부터 워낙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해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웬 목걸이 얘기를 꺼내나 싶었다. “무슨 목걸이? 엄마 그런 거 안 했는데?”

그러자 딸이 와서 “여기!” 하며 내 목을 가리켰다. 거울로 보니 딸아이가 가리키고 있는 건 깊게 팬 목주름이었다. “어, 그래. 주름 목걸이네….”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일만큼 선명한 주름이 딸아이에게는 목걸이로 보인 것이다. 언제 이렇게 주름이 깊어졌나 싶어 허무해지는 마음에 한참이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스친 생각은 지천명이란 나이가 주는 인생의 지혜였을까.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내 마음자세를 바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엄마 목걸이 예뻐? 이건 나이 들수록 더 예뻐지는 목걸이야.” 내 말 뜻을 알아들을 리 없는 아이는 흥미를 잃은 듯 다시 놀기 바빴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 몸 곳곳에서 더 뚜렷해질 삶의 흔적을 귀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를 잃지 않기를.

 

 

이현정

인천 논현동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드라마 덕후인 눈물 많은 동갑내기 남편과 요리가 취미인 공대생 아들, 하고 싶은 꿈이 너무 많은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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