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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해양 축제 세일 암스테르담(Sail Amsterdam) 2021년 9월호
 
세계 최대 해양 축제 세일 암스테르담(Sail Amsterdam)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물과 친근하고 또 물에 강한 나라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라는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네덜란드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물을 이용해왔다. 풍차, 제방, 간척지 등 물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며 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네덜란드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덕에 일찍이 선박 기술도 발달했다.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큰 범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며 해상 무역을 장악해 찬란한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햇살이 따뜻한 날이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운하 또는 바다에서 세일링(sailing)을 즐긴다. 네덜란드에서는 길이가 15m 미만의 배는 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해 외국에서도 보트 휴가를 즐기러 많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세일 암스테르담(Sail Amsterdam)’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얼마나 배에 진심인지 엿볼 수 있는 축제다. 세일 암스테르담은 1975년 8월 15일 ‘SAILAmsterdam 700’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암스테르담의 도시 탄생 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총 18척의 대형 선박과 500척 이상의 배가 참여해 장관을 이뤘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약 70만 명이 방문했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관심과 성원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일회성으로 기획됐던 행사는 이후 ‘세일 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으로 5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5일간 열리는 세일 암스테르담의 하이라이트는 축제 첫날과 마지막 날의 보트 퍼레이드다. 축제에 참여하는 수백 척의 배들이 암스테르담의 아이(IJ) 강을 가득 수놓는데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영화에서 볼 법한 거대한 범선부터 등대선, 전함, 해군 함정, 증기선, 크루즈, 현대적인 모터 모트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네덜란드 항해 유산 연맹(FVEN)에 등록되어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선박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세일 암스테르담에 참여하는 배들은 모두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그중에는 호텔쉽(Hotel Ship)과 투어를 제공하는 배도 있어서 방문객들은 미리 예약을 하면, 배에서 숙박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나 또한 호텔쉽을 통해 더욱 특별하게 축제를 즐겼다. 약속 장소에서 선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배에 올라탄 뒤 세일링을 즐기고, 퍼레이드에도 함께 참여하니 손님일 뿐이지만 선원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호텔쉽의 장점은 배가 축제 내내 항구에 정박해 있어 늦게까지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숙박과 식사가 모두 제공되어 따로 식당과 숙소를 예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또 주변 배들과도 교류할 수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배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배인지, 지난 축제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선원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에 더욱 생동감 있게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아름다운 암스테르담 야경,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특별하고 아름다운 배 위에서 즐기는 파티는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아름답게 기억되었다.

 

지난 2020년에도 세일 암스테르담이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축제가 취소되었다. 올림픽이나 다른 축제들처럼 다음 해로 연기되어 개최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주최 측은 축제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5년 뒤인 2025년에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5년이나 기다린 팬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소식이었지만 2025년 세일 암스테르담은 무려 10년을 기다린 끝에 만나는 축제이니만큼 더욱 특별하지 않을까? 안전하고 즐겁게 세일 암스테르담을 즐길 그날을 나 또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주은(brunch.co.kr/@dutchkom)

결혼 후 네덜란드에 정착해 살면서 네덜란드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네덜란드 문화, 여행,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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