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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꾼 남편의 귀여운 투정 2021년 10월호
 
살림꾼 남편의 귀여운 투정

 

지난달, 옆 부서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결과 몇 명의 추가 확진자가 더 나왔다. 검사 결과, 다행히 나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당분간 자가 격리를 하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안방을 차지한 나는 졸지에 거실로 쫓겨난 남편에게 삼시 세끼를 포함해 극진한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맞벌이라 평소 가사일도 똑같이 5대 5로 나눠 분담하고 있던 남편은 방에 갇힌 나를 대신해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전부 도맡게 됐다. 첫 검사 때 음성이어도 나중에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도 잠시, 그 와중에도 내 왕성한 식욕만큼은 전혀 줄지가 않았다. ‘나 냉면 먹고 싶어.’ ‘오늘은 왠지 된장찌개가 땡기네!’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귀찮게 하는데도 남편은 묵묵히 내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었다.
아내 걱정에 매 끼니마다 정성스레 상을 차려 방으로 넣어주는 남편 덕분에 나는 왕이 된 기분으로 푸짐한 식사를 즐겼다. 자가격리를 빙자해 남편을 부려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뜬금없이 남편이 “주부들도 월급 받아야 돼!”라며 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혼자서 식사며 빨래, 청소까지 모든 집안일을 책임지다 보니 살림이 얼마나 힘든지 실감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침 먹고 치우면 또 점심 메뉴 고민해야 하고, 청소는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주부들 심정을 알겠어. 보통일이 아니야!”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왜 이리 귀여운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다행히도 나는 남편의 보살핌 덕에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회사에 다시 정상적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월급은 못주지만, 고생한 남편에게 이번 달 용돈이라도 조금 더 올려줘야 할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허윤희

30대 직장인으로 리서치 회사에서 10여 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어렵게 결혼을 한 신혼부부로, 서로를 존중하며 슬기롭게 가정과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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