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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지은이 : 류정월        
분류 : 국내 | 단행본 | 인문.교양
독자대상 : 국문학 전공자 및 30대 남녀
책정보 : 170*220, 무선철, 336쪽, 인문>한국문학>한국고전문학
출간일 : 2006-10-20   가격 : 15,000원
ISBN : 89-464-1573-8 03810   CIP : 2006002112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

샘터 우리 문화 톺아보기 1

 

‘웃음이 그려낸 한국사’ 혹은 ‘웃음이 웅변한 사회문화사’

“옛 우스개에 빗대어 우리의 역사.문화를 말하다”

 

웃음은 인간의 특권이다
웃음은 힘이 세다. 웃음은 병을 치유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며, 조직을 주도하는 리더십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유머 있는 남자가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웃음을 주는 정치가가 선거에서 표를 모으며, 아무리 까다로운 채권자라도 일단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기도 한다.
현대는 그야말로 웃음의 전성기다. 인터넷 유머,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 신문과 잡지의 웃기는 이야기들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단골메뉴다. 왜 웃음은 이처럼 사방에 널린 것일까? 사람들은 왜 웃음을 좋아할까?
지구상에서 웃을 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라고 했던가. 웃음은 인간을 규정하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이고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인간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희망의 습관이다. 이 책은 그런 웃음의 뿌리, 특히 한국인의 웃음과 유머의 근간을 찾는 책이다. 옛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코미디나 개그를 즐겼을까?

 

조선시대 우스개 읽기
물론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책만 읽던 선비들, 국가의 대사를 논하던 조정의 대신들도 그 진지하고 근엄한 체면 뒤에는 익살과 풍자를 즐기는 여유가 있었다. 경사자집을 읽다가 쏟다지는 졸음을 쫓고자 서안 밑으로 잠시 꺼내 읽으며 웃음을 터뜨리던 《어면순(禦眠楯)》, 《어수신화(禦睡新話)》, 《성수패설(醒睡稗說)》과 같은 다소 세속적인 우스개집은 물론이고 성현이나 서거정, 강희맹과 같은 쟁쟁한 문객들이 펴낸 《용재총화(慵齋叢話)》,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촌담해이(村譚解頤)》와 같은 고상한 우스개집도 당대 문인들 사이에 널리 읽혔다.
이 책의 저자 류정월은 수년에 걸쳐 조선시대 우스개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연구하고 한국인의 웃음과 유머의 본질을 조명하는 다소 특이한 작업에 천착했다. 고전문학 전공자로서 소설이나 시가, 문집들을 마다하고, 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선 용기가 주목할 만하다. 아직 젊은 나이의 여성학자로서 걸쭉한 음담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옛날 우스개에 열정을 쏟은 데에는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저자는 조선시대에 사대부와 중인계층을 중심으로 한문으로 쓰고 즐겼던 ‘옛날 우스개’를 통해 한국 문화의 색다른 면모를 조명한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유행했던 우스개에서 근대화에 대한 저항과 동경을 동시에 읽어낸다. 해학과 풍자가 양각된 이들 우스개에서 감지되는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는 요즘 서점에서 자주 눈에 띄는 조선시대 연구서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가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옛날 우스개를 해설하기 위해서 웃음 뒤에 혹은 웃음 속에 감추어진 배경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라고도 부르는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우스개는 우스개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스개의 암호를 풀어보자
우스개의 문화적 배경이 중요한 이유는 우유나 두부처럼 우스개에도 유통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우스개도 지금 들으면 썰렁하기 그지없는데 하물며 조선시대 우스개야 오죽하랴. 조경기가 빌려준 집을 친구인 한수인(韓守仁)이 태워 먹자, “수인씨가 들어와 사니 불이 난 것은 당연하다”는 농담을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우리가 듣기에 이것은 우스개가 아니다. 하지만, 문자속이 기특했던 당대 문객들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수인씨의 전설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홍남에게 안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천첩에게서 난 아들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안인법’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일화 역시 당대에는 상당히 웃기는 우스개였지만, 우리에게는 일종의 암호처럼 느껴진다. 천출의 작명을 부탁하는 것은 법이 아니어서 ‘아닌 법’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인데, 이것 역시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전혀 웃기지 않는 얘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처럼 암호와 같은 옛날 우스개를 해독하는 열쇠는 제공한다. 그 암호를 해독하는 순간, 독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조선시대의 문화와 풍류를 공감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스개의 힘
옛날 우스개 가운데에는 유명인들의 실화가 많다. 대를 이어 영의정이 되었던 홍섬이 밤에 계집종을 친압하다가 아버지 홍언필에게서 혼쭐이 난 이야기, 사위인 이항복에게 속아 왕과 대신들 앞에서 맨발을 드러내야 했던 권율 장군 이야기, 《설공찬전》의 작가인 채수가 세조의 부마이자 당대 최고 갑부였던 하성부원군을 놀려 먹은 이야기 등은 저자가 말하듯이, 평소에 ‘존경스럽고 두렵던 대상’을 한순간에 희화화하는 웃음의 힘을 보여준다.
물론, 무명초들의 우스개도 많다. 양반 잔치에 불려나와 노리개가 되었건만 웃음의 자락을 놓지 않아, 촌철살인의 재담으로 양반을 놀려먹던 기생들 이야기, 영화 ‘왕의 남자’에도 등장했지만, 재담으로 탐관오리의 목을 날렸던 광대 공길이의 이야기, 재치 있는 농담으로 인색한 친구에게서 술안주를 빼앗아 먹었던 가난한 서생의 이야기, 허세 부리는 양반을 골려 먹은 영리한 중 이야기 등, 우스개가 아니었다면 역사에 이름이 남지 않았을 많은 사람들의 삶이, 저자가 소개하는 기록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런 우스개를 읽는 독자가 실성한 사람처럼 너털웃음을 터뜨리거나, 때로 콧등이 시큰한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실화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다.

 

우스개의 논평
저자는 단순히 옛날 우스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랬다면 한동안 시중에 떠돌던 ‘고금소총’의 새로운 편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책은 희극적 효과가 발행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그리고 수사학적으로 분석한 진지한 연구서이기도 하다. 우스개라는 서사 형식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등장인물들, 예를 들어서 긍정적인 뜻의 속임수를 사용하여 권세가를 놀려 먹는 인물 트릭스터trickster나 그 속임수의 희생자가 되는 인물 듀프dupe에 대한 분석은 학문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또한, 농담과 익살에 대한 구분도 저자의 뛰어난 변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이항복의 우스개가 장인의 버선을 벗기는 것과 같은 실제 장난practical jokes을 포함하여, 한 마디 말로 끝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에 의존한다면 조위한의 유머는 장황하지만 잘 짜인 치밀한 서사와 연기력에 의존한다. 조위한은 익살의 제왕이라고 할 만하다. 농담꾼이 한걸음에 달려간다면 익살꾼은 마실 가듯, 느릿느릿 걷는다. 이항복의 우스개가 한 번 맛보면 잊기 힘든 톡 쏘는 청량음료라면 조위한의 우스개는 음미해보아야 비로소 맛이 나는 전통 차와 같다.”

 

행복하여라, 웃는 이들이여
이 책에 등장하는 우스개들, 그리고 그 해설과 논평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 독서하는 이들의 가슴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기대치 않았던 수확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가 말하듯 “우스개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우스개를 읽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그때까지 우리를 짓누르던 현실의 중압감이 사라지면서, 세상이 갑자기 살만한 곳으로 여겨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금세 사라져버릴 미래에 대한 낙천적 예감이 아니라, 현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전혀 새로운 감각이다. 우리는 그런 감각을 행복이라 부르지 않던가.

 

 


 

 

 

추천사_ 김열규
이 책은 우리들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통해서 문화를 보고, 제도를 보고, 역사를 보게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사회를 관조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중세기 한국 사회의 각종 정치, 사회적인 제도와 관습, 신분 계층, 인간관계, 남녀 관계 그리고 민속, 인심의 동향까지가 두루 웃음의 거울로, 웃음의 배경으로라기보다 웃음의 모태로서 망라되어 있다.
그러기에 이 한 권의 책은 ‘웃음이 그려낸 한국사’이며 ‘웃음이 웅변한 사회․문화사’라는 성격을 자랑스럽게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웃음에 비춰진 문화인류학 또는 ‘민족지’라는 자질이 매우 크게 돋보이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때로 폭소하면서, 때로 슬쩍 미소 지으면서 또는 쓴웃음 지으면서 중세기 이래 한국인의 문화와 휴머니티를 즐기고 탐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국인의 웃음의 백과사전’과 ‘한국인과 그 문화를 위한 백과사전’이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의식하고 있기에 저자는, 자상한 주석과 풀이를 끈질기면서도 익살맞게 펼쳐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이 한 권의 책은 중세기 한국인과 오늘의 한국인 사이의 활달하고 상큼한 ‘디스코스discourse’, 곧 사회문화적인 담론이 될 것이다.
-추천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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