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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리스크 테이블(Risk Table)
지은이 : 한삼희        
분류 : 국내 | 단행본 | 인문.교양
독자대상 : 일반
책정보 : 신국판, 무선철, 304쪽
출간일 : 2009-11-20   가격 : 14,000원
ISBN : 978-89-464-1764-9 [03300]   CIP : CIP20090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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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테이블


관리된 위험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커피 속 카페인과 쓰레기소각장 배출가스 속 다이옥신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해로울까? 카페인과 다이옥신은 모두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당연히 다이옥신 쪽이 훨씬 더 건강에 해로울 거라고 당신은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질문을 조금 바꿔 보자. ‘일상 마시는 커피 속 카페인’과 ‘일상 숨쉬는 대기 속 다이옥신’ 중 어느 쪽이 더 건강에 해로울까? 지은이의 계산은 뜻밖이다. “커피를 하루 네댓 잔 마시는 나는 실험대상의 절반을 죽일 수 있는 ‘반수치사량’의 23분의 1 정도 되는 카페인을 매일같이 섭취하는 것이다. 반면, 내가 20년 동안 숨쉬며 몸속에 축적해 놓은 다이옥신은 반수치사량의 9,000분의 1쯤 된다.” 이래도 다이옥신이 카페인보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자물쇠를 단단히 채운 금고 속 청산가리와, 테이블 위에 놓인 2리터들이 위스키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금고 속 청산가리는 아무도 죽이지 못하지만, 테이블 위 위스키는 보통 성인이 한꺼번에 들이켜면 사망할 수 있는 양이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자명해진다.

얼핏 가늠되는 유해성의 크기와 정반대 결론이 나오는 이치를 지은이는 다음 공식으로 설명한다.


리스크의 크기 = (유해성의 강도) × (위험 발현 확률)


즉, 다이옥신과 청산가리는 유해성의 강도가 카페인이나 알코올보다 훨씬 크지만, 환경기준치로 규제하고(다이옥신) 금고 속에 밀봉하는(청산가리) 한 카페인이나 알코올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다. <리스크 테이블>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책이다.



체감 리스크를 키우는 ‘증폭 계수’

책의 앞 절반은 익히 알려진 위험 사례 세 가지-다이옥신, 광우병, 멜라민-를 되짚어 보는 데 할애했다.

다이옥신 경우 우크라이나 현 대통령 유셴코가 2004년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우크라이나 정보국에 의해 독살당할 뻔했던 사건을 분석해 다이옥신 독성을 따져 봤다. 유셴코를 임상치료해 왔던 스위스 의료진이 지난 8월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은 논문을 토대로 유셴코에게 어느 정도의 다이옥신이 투여됐는지를 계산해 봤더니 2.4밀리그램이었다. 다이옥신 2.4밀리그램은 한국 정부가 설정한 사람의 하루허용섭취량(4피코그램)으로 따질 때 무려 2만년 이상 먹어야 도달할 양이라는 것이다. 유셴코는 그만한 양을 먹었어도 얼굴에 우툴두툴한 종기 비슷한 것이 났을 뿐 5년 임기를 거뜬히 채우고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치를 어느 정도 초과해서 섭취했다고 해서 겁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이옥신, 광우병, 멜라민 가운데 우리 사회가 가장 침착하게 대처한 모범적인 사례는 멜라민이었다고 지은이는 평가한다. 2008년 말 멜라민 파동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신장결석에 걸린 어린이가 29만 명 나왔고, 이 중 6명이 죽었다. 그러나 멜라민에 오염된 중국산 유제품을 원료로 수입한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소동이 일지 않았다. “어린이의 경우 오염 과자류를 하루 17개씩 평생 먹으면, 그리고 어른의 경우 오염된 커피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하루 4,000잔씩 마시면 멜라민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설명이 주효했던 것. ‘○○○ 카스타드’를 하루 17개씩, 커피믹스나 자판기 커피를 하루 4,000잔씩 마신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이기나 하겠는가 말이다.

멜라민과 정반대로, 광우병은 작년 중반 온 사회를 패닉에 빠뜨렸다. 위의 공식에서, 걸리면 100퍼센트 죽는 광우병의 유해성 강도는 무지막지하다. 그러나 발현 확률, 즉 수입산 미국 쇠고기 때문에 한국에서 광우병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지은이가 보기에 천 년에 한 명, 만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정도다. 그런데도 몇 달 동안 온 나라가 열병을 알았다. ‘촛불’로 기억되는 광우병 열병은 위 공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서 지은이는 ‘체감 리스크’를 좌지우지하는 ‘증폭 계수’를 도입한다.


체감 리스크 = (리스크의 강도) × (증폭 계수)


광우병의 경우, 체감 리스크를 키운 증폭 계수는 두 가지였다. 정부의 ‘조공 외교’에 대한 분노, 뿌리 깊은 반미 감정,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등의 ‘분노 반응’과, 겪어본 적 없고 선택할 수 없고 한번 걸려들면 끝장이라는 ‘공포 반응’이 그것이었다(본문 99쪽). 그리고 광우병 체감 리스크를 좌우한 두 가지 증폭 계수를 결정적으로 부풀린 것은, 비틀거리는 다우너 소의 영상이 지금도 생생한 MBC 의 광우병 특집이었다고 지은이는 단언한다.

광우병뿐이고 뿐이랴. 식품과 환경 관련 리스크에 사회가 과민 반응하게 되는 데는 언론이 한몫한다고, 26년 경력의 환경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분석한다. 언론은 낮은 확률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리스크를 과장하고 싶어 하고(‘확률 무관심의 경향’), 과학과 기술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편익보다 그것이 이따금 불러일으키는 작은 폐해에 주목하고(‘편익 무시의 경향’),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한다는 사명감에 도취돼 있고(‘어두운 면에 집착하는 경향’), 막연히 ‘자연’을 그리워하는 군중심리에 편승한다는(‘자연을 선호하는 경향’) 것이다(제4장). ‘말 되고 그림 되는’ 기삿거리를 건지기 위해 언론은 자연히 악역가해자희생양을 찾아 나서게 마련이며, 리스크를 부풀리는 데 언론과 공동의 이해를 가진 시민단체와 과학자가 가세해 ‘철의 삼각형’을 형성하기까지 한다고 지은이는 고발, 차라리 자아비판한다.



침착한 사회로 이끄는 ‘리스크 테이블’

제로나 마찬가지인 나노(10억분의 1), 피코(1조분의 1) 단위의 극미 리스크를 현대 과학의 검출 기술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키워 보여 준다.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했을 때, 리스크의 강도를 결정하는 발현 확률은 숫자의 마법에 의해 부풀려지고, 리스크의 미지성은 공포 반응을 유발해 체감 리스크를 증폭시킨다.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으니, 더 커다란 리스크를 놔둔 채 극미의 리스크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막대한 기회비용을 부를 수밖에. 이를 위해 지은이는, 기존의 익숙한 리스크들을 크기 순으로 정렬해 놓은 ‘리스크 테이블(risk table)’을 제안한다.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했을 때, 미리 마련한 리스크 테이블에 끼워넣으면 리스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분명해져 과잉 반응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망 통계 등 국내외 여러 자료와 선례를 토대로 지은이가 시안적으로 내놓은 리스크 테이블에는 모두 17개 항목이 들어 있다(259쪽). 이에 따르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세 가지는 기아(10만 명당[이하 같음] 1,460명), 흡연(365명), 암(137.5명)이다. 앞의 사례 분석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한 광우병이 10만 명당 0.000002명으로 표의 맨 아래를 차지한다. 1,460 대 0.000002라니! 막대그래프나 파이차트로는 나타낼 수 없는 비례다.


간추린 리스크 테이블의 예(10만 명당 사망자 수)(본문 259쪽)

기아

1,460

흡연

  365

  137.5

뇌혈관질환

   59.6

자살

   24.8

육상 교통사고

   15.2

알코올

    9.6

추락사

    6.1

디제 입자

    2.8

익사

    1.5

화재

    0.6

에이즈

    0.21

식중독

    0.05

항공기 사고

    0.013

낙뢰

    0.002

식품첨가물

    0.0002

광우병

    0.00002


지은이는 위의 리스크 테이블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실제 검증해 봤다. 2008년 12월 아일랜드에서 생산한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세계적으로 아일랜드 돼지고기 유통이 금지되는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지은이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편인 한국인이 아일랜드의 돼지고기가 다이옥신에 오염됐던 넉 달 동안 아일랜드 돼지고기를 1킬로그램 먹었을 경우의 리스크를 실제 계산해 봤다. 그랬더니 아일랜드 돼지고기 때문에 암에 걸려 죽을 확률은 10만 명당 0.058명이었다. 에이즈로 죽을 확률(0.21)과 식중독으로 죽을 확률(0.05) 사이인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생태 소비 시대’

우리 사회는 ‘공해 시대’를 지나 ‘미량 오염 시대’의 한복판에 와있다고 지은이는 진단한다.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면서, 알프스 산꼭대기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될 정도로 측정 기술이 발달한 미량 오염 시대에, 이런 극미의 리스크에 과민 반응하다 보면 더 중요한 다른 일에 쓸 자원과 노력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시안 삼아 내놓은 위의 리스크 테이블은 과잉 반응 없는 ‘침착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미량 오염 시대의 불안감을 더 적극적으로 극복할 대안적 미래상으로 지은이는 ‘생태 소비 시대’를 제안한다. 소득이 충분히 높아지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로 대표되는 ‘생태재’ 소비가 늘어난다. 생태재는 경쟁심과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적용되지 않으며, 내가 많이 소비한다고 남의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자원’이 아니다. 훌륭한 생태환경은 내구성도 길다. 생태 소비는 개인의 행복감 증진을 위해 개인이 노력하고 사회가 조장할 대안적 패러다임이며, 그런 의미에서 환경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중요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결론이다.


지은이는 1990년대 초반 ‘쓰레기를 줄입시다’로 시작해 ‘배기가스를 줄입시다’ ‘자전거를 탑시다’ ‘샛강을 살립시다’ 등으로 이어진 조선일보 환경 캠페인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우리나라 환경 전문 저널리즘 1세대에 속한다. 26년째 몸담고 있는 매체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기사와 칼럼과 기고문을 써왔으나, 《리스크 테이블》은 단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구상에 착수해 단숨에 써내려간, 그의 첫 번째 모노그래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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