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샘터단행본 > 분야별도서 > 문학.예술
책제목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지은이 : 정채봉        
분류 : 국내 | 단행본 | 문학.예술
책정보 : 양장, 108쪽
출간일 : 2020-12-23   가격 : 13,000원
ISBN : 978-89-464-2172-1 03810   CIP : CIP2020051003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

 "이 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으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채봉의 사려 깊고 따뜻한 시선

그가 남긴 유일한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20주기 기념 개정증보판 출간

 

2021년은 작가 정채봉이 짧은 생을 마감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샘터사는 그의 20주기를 맞아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 그가 남긴 산문시를 추가하여 개정증보판을 출간했다.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뿌리내리며 한국 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정채봉. 간결하고 단정한 문체, 특유의 감수성은 정채봉 문학의 특징으로 손꼽힌다. 그런 면에서 시야말로 정채봉 문학의 숨겨진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이 쉽게 지나쳐 가는 것들 속에서 보석 같은 지혜와 진리를 발견할 줄 알았던 사람”(피천득)이었던 정채봉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많은 이의 가슴에 자신만의 ‘인장’을 남겼다. 이 시집에서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 생에 대한 갈구, 나 자신과의 관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과 이별 등을 담았다. 이 시집은 생의 마지막 고비 앞에서 스러지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정채봉이 남긴 삶의 ‘결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붙들고자 했던 글과 마음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면회 사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투과하며 그려낸

정채봉의 마지막 시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는 정채봉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시집이다. 퇴원 후 이사를 도와주던 절친 정호승 시인이 “이 집에서 건강도 되찾고, 시도 좀 써서 나랑 공동 시집 한번 냅시다”라고 툭 던진 말을 잊지 않고, “어느 날 메모지에 또는 찢어진 종이쪽지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쓴 시 뭉치를” 정호승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묶인 시집이,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되고 말았다.

정호승은 책의 발문에서 이 시집은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었던 한 동화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의 결정체”이며 “염부들이 염전에서 소금이 나는 것을 ‘소금이 내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시를 두고 하늘에서 “‘시가 내렸다’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나 오늘 물가에 앉아서/ 눈 뜨고서도 눈 감은 것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지난날을 반추한다/ 나뭇잎 사운 대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고/ 꽃잎 지는 아득한 슬픔 또한 있었지/ 속아도 보았고 속여도 보았지 (…) 나처럼 또 앞 생의 누구도 이 물가에 앉아서/ 강 건너 수탉 우는 소리에/ 회한의 한숨을 쉬게 될까/ 바람이 차다 (<물가에 앉아서> 중_62쪽 )


눈 내리는 수도원의 밤/ 잠은 오지 않고/ 방 안은 건조해서/ 흠뻑 물에 적셔 널어놓은 수건이/ 밤사이에 바짝 말라버렸다/ 저 하잘것없는 수건조차/ 자기 가진 물기를 아낌없이 주는데/ 나는 그 누구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수건> 중_19쪽)

 

정채봉은 병상에서 지내는 동안 일상의 감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자신이 잃어가는 것들 앞에 속절없이 깨닫기도 한다.

 

전철을 타러 부지런히 강둑 위를 걷는 사람들의/ 어깨 위로 별빛이 잠시 앉았다 간다/ 전철을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샛별에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눕는데/ 간호사가 또 내 피를 뽑으러 온다 (<샛별> 중_41쪽)


내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면/ 나의 수의는 너의 사랑/ 한 벌이면 된다/ 아직은 절망하기 싫다/ 아직은 소유하고 싶다/ 면회 사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면회 사절> 중_44쪽)


가을 새벽녘/ 찬바람이 느껴져/ 방 윗목의 홑이불을 잡아당긴다/ 아무리 힘주어 끌어당겨도/ 당겨지지 않아/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 본다/ 그것은 창을 넘어와 있는/ 새벽 달빛/ 문득 달빛 속으로 팔을 내민다 (<수혈> 중_54쪽)

 

 

“이렇게 웅장한 산도 큰 눈물샘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위로하는 정채봉의 언어  

그러나 정채봉은 목 놓아 울지언정 망연자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고, “빗금 하나 없는 섬바위가 어딨겠니”(<바다가 주는 말>) 하며 보통의 사람들을 위로한다. 또한 “시원한 생수 한 잔 주욱 마셔 보는 청량함/ 반듯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보는 아늑함/ 딸아이의 겨드랑을 간지럽혀서 웃겨 보고/ 아들아이와 이불 속에서 발싸움을 걸어 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엉클어져서 달려 보는 (…) 이 하잘것없는 범사에 감사”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본다. 정채봉은 우리에게 말한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가지 않고,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고, “밤하늘을 별들을 세어 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일상에 크게 감동하라고.

 

 

 

 

 

 

 


도서구입 : 교보문고 / YES24 / 인터파크 / 알라딘 / 11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