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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2006-03-23 네이버-오늘의 책 :     

그러나!
김기찬 선생의 사진을 만나게 되면 과연 이런 진술들이 유효한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골목의 풍경들을 기록해온 그의 작품들은 ‘골목’이라는 코드가 단순한 복고이거나
추억이 아님을 역설한다.
사진 속의 ‘골목’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소외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땀 흘
리고 숨 쉬며 살아가는 공적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여름날, 돗자리를 깔고 두 동생을 돌보고 있
는 소녀의 표정, 거꾸로 매달린 채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개구쟁이들, 어디를 가시는지 한복
곱게 차려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 망가진 우산을 들고 빗속에 서 있는 꼬마…
어느 사진이든 가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속살거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린다.
사진 밖에서 또 누군가 손짓하며 나타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놓을 것만 같다.
이런 사진들 앞에서 프리드먼의 ‘기술의 민주화’라는 전언은 무력해지고 만다.
선생의 사진은 독재다. 충실히 복종하고 싶은 아름다운 독재다.
그 앞에서 마음껏 무장 해제된 채 옛 골목을 거닐어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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