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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선생 2주기 낭독회 <인연><생명>
2009-06-01 :     

영원히 이어지는 오월의 인연

고(故) 금아(琴兒) 피천득선생(1910-2007. 5. 25)의 2주기를 맞아, 선생의 글을 통해 인연을 잇는 책읽기 행사가 5월 25일(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렸다.

‘인연을 이어주는 책읽기 - 영원한 오월의 소년 피천득’을 주제로 열린 이번 책읽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책 함께 읽자’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인연을 이어 주는 책읽기 - 영원한 오월의 소년 피천득’ 낭독회 전경.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70여 분간 서울아산병원 신관 문화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선생의 2남 피수영박사(66,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생전의 고인과 교분이 두터웠던 소프라노 박성희교수(이화여대), (주)샘터사 김성구대표, 이강국 전 MBC PD를 비롯, 환자 문병객 병원관계자 등 150명이 참석해 선생의 주옥같은 수필과 시들을 목소리로 음미하는 색다른 시간을 가졌다.

책읽기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선생의 생전 대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오후 3시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추호선씨의 사회로 시작된 책읽기에서는 배우 겸 라디오MC 최화정씨, 탤런트 이재룡씨가 낭독자로 동참해 선생의 대표 수필과 시 13편을 읽으며 객석과 교감을 나누었다.


탤런트 이재룡씨가 고 피천득선생의 대표작 <인연>을 낭독하고 있다.

수필집 《인연》과 시집 《생명》에 수록된 작품들로 엮은 책읽기에서는 선생의 간판 수필 <인연>을 비롯, <그날> <오월> <나의 사랑하는 생활> 등의 수필과 시 <축복> <이 순간> 등이 소개되었다.

책읽기에서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은,
수필 <그날> 낭독에 나선 최화정씨가 감동에 겨워 목이 메어 읽기를 중단한 일.

수필 <그날>은 생전의 피천득선생이 중국 작가 루쉰(노신)의 <아버지의 병환>이라는 글을 읽다가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던 ‘그날’을 회상하며 쓴 글인데, 작중 인용된 루쉰 작품 한 대목이 낭독자는 물론 객석까지 뭉클한 감동으로 휩싸 버린 것.

“아버지는 이제 숨을 거두실 거다. 어서!”

나는 “아버지! 아버지!” 소릴 내서 불렀다.

“더 크게, 어서.”

“아버지! 아버지!”

평온하던 아버지의 얼굴은 긴장되고 눈이 약간 움직이며 괴로워했다.

“아 어서 또, 빨리!”

나는 “아버지!” 또 계속해 불렀다. 최후의 숨을 거두실 때까지.

_ 루쉰, <아버지의 병환> 중에서(피천득, <그날> 재인용)


수필 <그날>을 읽다가 감정에 복받쳐 목이 메어 버린 최화정씨.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10여 초간 낭독을 중단했던 최씨는 객석의 격려 박수를 받고 낭독을 재개,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을 끝내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책읽기에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이 병원에 장기입원해 있는 14살 한정민양이 특별 게스트로 등장해 선생의 시 <축복>을 낭독했다.


백혈병으로 장기입원중인 한정민양(14)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시 <축복>을 또렷한 목소리로 낭독해 우레와 같은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읽기를 마친 한양은 “오랜 입원 생활로 몸보다 마음이 지쳐 가는데, 선생님의 <축복>을 읽고 다시 활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희 교수가 피천득 선생이 생전에 가장 좋아한 푸치니 오페라 <자니 스키키> 중 아리아 ‘오 사랑하는 아버지’, 이어 슈트라우스 오페라 <박쥐> 중 ‘사랑하는 나의 백장미’를 선사해 객석의 열띤 ‘브라보!’를 받았다.
 


생전의 피천득선생과 교분이 깊었던 소프라노 박성희교수가 예정에 없던 앙코르 곡을 모차르트 <마술 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열창하고 있다.

박교수는 “평소 수필 ‘인연’을 좋아했는데, 묵독으로 읽기만 하다가 낭독으로 들어보니 느낌이 전혀 새롭다”며 예정에 없던 앙코르 곡으로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병원 로비가 쩌렁쩌렁하도록 불러 주었다.


이어 수필 <눈물>(낭독 최화정), <장미>(낭독 이재룡)를 끝으로 책읽기가 끝나고, 선생의 글이 남아 있는 한 끝없이 이어질 ‘오월의 인연’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책읽기 행사를 마무리했다. 


‘목소리로 책을 읽는’ 낭독회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


사진 한영희 / 글 김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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