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인생의 바퀴를 굴려왔다. 왜 가야만 하는지,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 인지도 모른 채 급하게 달리기만 했었다. 간혹 속도에 못 이겨 바큇살이 휘어지고 구렁에 빠져 헛바퀴가 돌아가도 멈출 수 없는 질주였다. 나의 무모한 질주가 열정이 아닌 과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 것은 지인이 다녀 왔다며 보여준 한 장의 사진이었다. 핏빛 붉은 산이 사막 위에 강렬하게 펼쳐져 있...
재배의 집, 뤁스퀘어 주소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광로 928-27 운영시간 월-토 10:00-20:00 / 매주 일요일 휴무 학창 시절, 교내 과학공모전 시즌이 되면 도화지를 펼쳐놓고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 집을 상상했다. 아파트 키즈로 자란 나는 지금 사는 집보다 더 높은 빌딩을 그렸고, 자동차가 날아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도시를 상상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
티 테이스팅에 욕심을 부리면 꼭 탈이 난다. 티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차도 탈을 낸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쉼이 되어주는 차가 내게는 항상 쉼이 되어주진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몇 시간 동안 테이스팅을 하거나 연도가 오래되고 농도가 진한 차를 많이 마신 날은 몸이 아팠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면 휴차(休茶)를 한다. 휴차는 차를 마시...
작가 김훈의 에세이를 읽다가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잠시 멈춘적이있다. ‘숲은 가까워야 한다. 숲은 가까운 숲을 으뜸으로 친다. 노르웨이의 숲이나 로키산맥의 숲보다도 사람들의 마을 한 복판에 들어선 정발산(고양시 일산동)의 숲이 더 값지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창 너머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 같은 명산보다 내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들이 이루는 숲이 더 ...
완연한 봄날, 서랍 속에 갈무리해둔 꽃씨를 꺼냈다. 태풍이 휩쓸고 간 들판에서 만났던 야문 씨앗이다. 어쭙잖은 이유로 등 돌렸던 친구에게 화해를 청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나팔꽃과의 인연을 떠올린다. 어릴 적 시골집에는 꽃이 많았는데 토담 위로 무리 지어 피던 나팔꽃의 기억은 지금도 선연하다. 잠이 깨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던 아침, 정신이 번쩍 들게 하던 꽃이었다. ...
“언젠가 또 봅시다.” “그럼요. 다시 만나야죠.”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부담 없는 인사말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말을 하고 나면 마음에 눌림 자국이 남겨지곤 한다. 지금도 종종 그 말을 나누고 헤어졌던 사람들과의 마지막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때 그 다정했던 사람과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구나, 하고 말이다. 비록 태반이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라고 ...
스위스 출신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근간이 되는 건축 디자인을 한 건축가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의 역사를 르 코르뷔지에 이전과 이후로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화가로 기억되고 싶어 한 사람이었다. 건축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이 ‘그림’이라는 운하를 통해서라고 ...
농촌의 인구 소멸이 문제라지만 충북 괴산에는 농부라는 직업을 기꺼이 선택한 젊은이들이 있다. 괴산의 청년 농부 6명이 뭉친 크리에이티브 팜콘텐츠 그룹 ‘뭐하농’과 이지현 대표는 그들이 택한 농촌의 삶과 문화를 즐겁고 멋지게 그려나가는 중이다.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자라왔다. 검사, 의사, 교수, 과학자 등 장래희망 칸에는 다...
도넛은 디저트 시장에서 주류였던 적이 거의 없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대중적이고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어서 부담이 적었다. 그런데, 이 ‘만만한’ 도넛이 지금은 줄을 서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어떤 품목은 구매 개수에 제한까지 생겼다. 도넛이 소위 ‘출세’한 것이다. 요즘, 도넛 전성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떤 푸드 기업은 도넛으로 해외시장까지 넘보는...
오뉴월이 되면 마당의 잡초가 하루가 다르게 번창한다. 잡초가 줄기차게 뻗어나간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려면 ‘잡초와의 전쟁’이 마땅히 치러야 할 통과의례다. 손바닥만 한 마당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나훈아의 노래 잡초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이건 완전 뻥이다. 잡초는 손도 있고 발도 있다. 아니, 날아다닌다. 오뉴월, 마당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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