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집에 넉넉하게 쟁여두고 사는 물건이 있다. 바로 ‘편지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종이에 연필로 꾹꾹 눌러 쓸 때 느껴지는 감촉, 말로 할 수 없던 말들을 편지지에 쓰며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할 때의 떨림…. 편지를 주고받으며 타인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커다란 설렘과 행복으로 다가왔다. 나의 첫 편지는 초등학교 때 쓰였다. ...
‘차박’이란 말조차 없었던 1993년 겨울, 스물두 살의 내게 ‘다마스 밴’이라는 중고차 한 대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회사에서 250만 원 정도의 아르바이트비 대신 소유하고 있던 경차를 주었던 것. 임금으로 돈이 아닌 현물을 받아 무척 황당했지만 동시에 생애 첫 차가 생겼다는 감격이 밀려왔다. 내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욕망을 주체하...
낡고 허름한 폐광촌이었던 강원도 정선 고한 18번가 골목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을로 탈바꿈했다. 모두가 기적이라 일컫는 변화의 순간들을 고한 유일의 사진관 ‘들꽃사진관’의 주인 이혜진 씨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분명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땅한 퇴장의 박수를 받지 못한 이들을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씁쓸해진다. 온몸이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겨울이 찾아왔다. 유난히 길게 느껴질 올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일 리메이크작들을 소개한다. 원작의 감동과 재미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리메이크작 감상자들만의 특권이다. 1. 음악에 실린 휴머니즘 영화 코다웰메이드 음악영화 코다(2021)의 경우만큼은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이 적용되기 어렵다. 에릭 라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5)...
버려진 건물도 새로운 숨을 불어넣으면 멋지게 재탄생한다. 미술관, 카페, 문화공간, 캠핑장으로 변신한 각각의 공간들을 보니 확실해진다. 공간의 변신도 무죄다. 에디터 김윤미
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것들이 다시 인기를 끌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 더욱 반가운 추억의 아이템을 소개한다.에디터 김윤미
부부는 각자 조용히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리하여 다도와 좌선의 방을 품은 주택은 각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집이 되었다. 마치 윤회의 동선처럼.우리는 건축 재료는 생각과 시간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콘크리트나 나무 같은 물리적 재료로 뼈대를 세우긴 하지만 결국 건물을 완성하는 것은 공간에 담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살면서 쌓인 시간이다. 생각은 어떻...
허기와 추위와 고단함에 모든 의욕을 잠식당한 채로 우린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했다. 내딛는 걸음마다 따뜻한 음식과 뜨거운 샤워를 향한 갈망만을 거칠게 쏟아내면서. 항구는 조금씩 저물고 있었다. 푸르고 투명했던 낮이 지나간 듯 조금은 붉게 달뜬 저녁 어스름이 바다와 항구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상황이었다. 몇 시간 전에 비하면. ‘기록적인 한파가 전...
날이 추워지면 밀크티가 생각난다. 평소에도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밀크티는 겨울에 마시는 별미다. 어떤 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도 향도 달라져서 때에 따라 다양하게 밀크티를 즐길 수 있다. 밀크티를 만들 때는 주로 향이 좋거나 맛이 진한 차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접할 수 있는 밀크티가 서양 홍차를 사용한 것이라면 나는 주로 중국차를 사용...
모든 것이 복작복작 빠르게 흘러가는 숭인동 가죽거리에서 마당책방은 걱정스러울 만큼 느릿한 리듬으로 손을 내민다. 번잡한 도심에서 즐기는 카모마일처럼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이곳은 개성 있고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을 주로 다룬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는 좋은 책은 감동이 더한 법이다.마당책방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근처 가죽거리 골목의 오래된 한옥, 정확히는 어느 피혁가게 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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