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책방 문을 닫을 때마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일로 한 주를 마감한다. 커다란 가죽 숄더백에 주말 동안 읽을 책 두 권과 스케줄러, 필통, 화장품 파우치를 담는다. 노트북 가방에는 노트북과 마우스를 집어넣는다. 여기에 금요일에 반드시 챙기는 물건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노트북 충전기다. 평일에는 저녁에 귀가해 작업하는 시간이 두세 시간 남짓이라 이미 충전돼 있는...
[디저트전문점 ‘모나모나’ 박혜연] 갑자기 찾아온 이명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게 되면서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본 일이 있다. 불행을 탓하기에 앞서 당장 매 순간 부딪쳐야 할 일상의 불편함을 견딜 수 있을까? 소리로 전달되던 정보가 차단되는 데서 오는 절망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니 애당초 박혜연(37) 씨처럼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만큼 위안을 주는 것은 없다. 걸그룹 ‘구구단’의 멤버였던 가수 해빈은 항상 그 기분 속에서 살아온 행운아다.가족과 멤버들이 지켜주던 그녀의 곁에 반려견 우엉이가 자리하면서 노래가 주는 울림은 한층 깊어졌다.음악은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다. 세계적인 명곡 중에는 반려견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곡들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
남들은 사서 고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단독에, 마당 텃밭을 가졌기에 김장을 포기할 수 없다. 무엇보다 김장은 내게 어머니이고, 고향이다. 늦가을, 김장을 했다. 아니, 보다 정확한 표현은 마당 텃밭에 자란 배추와 무로 나와 옆집 안 선생 내외가 했다. 아내는 빠진다. 올 가을 수확한 배추는 15포기, 무 12개다. 웬만한 시골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대개 7kg이 넘는다. 하...
노르웨이는 겨울의 나라다. 밤새 대낮 같은 여름의 백야와는 반대로 겨울에는 오후 3시부터 어두워질 만큼 해가 짧고 눈이 많이 온다. 이 겨울왕국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두움과 한파에 적응되어서인지 감정표현의 진폭이 크지 않고 대체로 내향성이 짙은 편이다. 그러나 11월 말이 되면 사람들이 미묘하게 밝아지고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바로 크리스마스 때문이다. 그즈음 길거리에는...
지금은 새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경부고속도로 옆 고등지구가 개발되기 전 그 일대는 농업용지로 쓰였다. 비포장도로의 샛길을 지나면 ‘00화원’ ‘00농원’ 같은 간판이 내걸린 비닐하우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허브류’ ‘관엽류’ ‘산세베리아’ 등의 주력 품종과 함께 전화번호가 쓰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식물을 보고 싶으면 전화를 걸고, 통화가 되면 어디선가 주인장이 나타나 ...
3년 전까지 나는 종이신문 구독자였다. 배달 온 상태 그대로 쌓여가는 신문을 보면 심란했지만, 뉴스는 종이신문으로 봐야지 하는 이상한 고집을 버리지 못하다가 한 달치 신문을 고스란히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는 일을 몇 번 더 반복하고서야 비로소 구독을 해지했다. 인터넷과 TV 뉴스 사이를 유랑한 지 어언 2년. 그러던 끝에 정착한 구독 서비스가 바로 ‘뉴닉(newneek)’이다...
[서울 연세대 윤동주기념관] 지붕층부터 보고 싶었다. 성큼성큼 올라가서 조그만 도머창으로 밀려들어오는 백양로의 풍경을 확인하고 싶었다. 창가에 앉아있던 청년의 눈 속에 가득했던 달빛이 얼마나 맑았을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그쪽으로 향한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 시인의 말쑥한 얼굴을 살핀다. 그의 시를...
아파트를 근사하게 리모델링하여 사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했지만 온전히 엄마의 취향이었으므로 결혼과 함께 나만의 스타일대로 꾸민 집을 머릿속에 그려왔다. 울산대학교 앞 동네에 위치한 20년 된 지금의 아파트는 현재 우리 네 식구의 보금자리이자 7년 전 남편과 둘이 마련한 30평짜리 신혼집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세련된 집이 ...
경상도 말로 ‘하고집’이라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한테 ‘아이고, 이 하고집이야. 그마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우짜노!’ 라고 말을 하는데, 어릴 때부터 난 그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렸는데 딸, 아들 차별하는 집이어서 밀어 주는 건 바라지도 못했다. 뒤늦게 미대를 들어갔지만 노처녀 되면 큰일 난다는 엄마의 성화에 결혼하고부터는 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