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에서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절친 라이너스 반 펠트는 유난히 담요를 사랑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일종의 애착 물건인 셈인데 실제로 ‘Linus blanket(라이너스의 담요)’이라는 표현은 한 가지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심리학 용어로 자리 잡았다. 나에게도 라이너스 담요가 있다. 담요는 아니고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의 파우치다. 이 파우치는 평상시는 물론이고 여행...
“오늘은 네가 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항상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과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에 모인 날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그날 모인 친구들은 5명 정도였고, 그중 나를 포함한 3명이 특수목적중학교에 합격한 참이었다. “내가 왜? 쟤도 안 쐈잖아.” “어쨌든 오늘은 네가 세트로 우리 꺼 다 사.” 합격한 셋 중 누구도 한턱을 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셋이...
싱어송라이터 장재인(31)은 언어와 애증의 관계로 묶여 있는 뮤지션이다.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가슴 속에서만 어지러이 부유하는 어두운 말들을 원망하면서도, 책 속에서 발견한 반짝이는 문장의 의미가 행여 빛바랠까 자주 들춰보고 곱씹으며 노심초사하는 아이처럼. 그녀에겐 오로지 음악만이 그 애증의 간극을 매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히 드러난 때는 지난...
친할머니가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내게 대대로 물려 준 유산 중 달갑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다. 호밀, 통밀, 보리 등 주로 곡물에 포함된 식물성 단백질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글루텐 불내증’ 이다. 글루텐만 섭취하면 할머니는 소화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을 호소하시고 아버지는 몸 여기저기가 붉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져 그 자리에 몸져 누우셨다. 나 또한 예외가...
가급적 불필요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줄이려 하지만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바라볼 때면 마음이 착잡해지곤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도 잠시, 한낱 개인인 내가 크게 걱정한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란 생각만 남겨두고 금세 머릿속을 비운다.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잡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사람...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백패킹(Backpacking) 인구가 늘고 있지만 전문가도 어려워하는 게 바로 장소 선정이다. 야영이 불법인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장소를 골라야 한다. 자연을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바람직한 백패킹 명소를 소개한다. 퇴근 후 백패킹 경기도 양주 노고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북한산에서는 백패킹이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산에 오르지 ...
오래전 우리 집에는 TV라는 존재가 살았다. 2005년 가을까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TV는 우리 부부와 참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습관처럼 TV부터 틀었고, 우리가 집에 머무는 시간에는 예외 없이 TV가 켜져 있었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당연한 듯 존재했던 게 바로 TV였다. 적어도 내가 드라마 중독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에 다니던 ...
며칠 전 국가기능사 자격시험을 보는 둘째 아들을 차로 태워다 주던 길이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건 다행이지만 시험 시작 전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됐다며 걱정하는 나에게 아들은 “오히려 좋아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아졌잖아요”라고 대답했다. 평온하기만 한 아이의 표정을 확인하는 순간, 내 맘 속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요즘...
2019년 가을, 오래 잊히지 않을 실패를 마주했다. 쉽게 지나가지 못하는 실패 앞에서 나는 무기력했다. 그런 내게 친한 언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끝없는 바다가 보이는 섬이었다.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언니, 우리 여기 가자.” 그 길로 2만 원도 안 하는 커다란 배낭을 샀다. 다행히 캠핑을 즐기던 선배가 있어, 이것저것 필요한 장비를 급히 빌렸다. 배를 ...
결실의 계절 가을, 여러 곡식과 과일 중에서도 가을 하면 사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발갛게 익은 탐스러운 사과야말로 예로부터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는 가을의 상징이었다. 충북 괴산 ‘가을농원’의 가을도 발갛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우리에게 사과만큼 친숙한 과일이 있을까.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사과와 관련해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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