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박기호] 7월말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400여 명에 이르는 등 나름 선방해오던 K방역이 다시 중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느슨해진 사회적 경각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최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통해 공개된 일흔여덟 장의 코로나병동 사진이 불러온 충격이 만만치 않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가까스로 생명의 끈을 붙잡고 있는 환자들, 2...
여름철 대표 별미 옥수수가 더 달콤해졌다. 당도가 높아 ‘초당(超黨)’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경기도 평택 흙내음농장에는 과일보다 더 아삭하고 설탕보다 달콤한 초당옥수수가 샛노란 속을 채우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이 뜨거울수록 과일은 달아지고 곡식들도 옹골차게 영글어간다.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 태양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도 인고의 시간을 거친 농작물들이 우...
“아니! 선풍기도 하나 없이 어떻게 여름을 나노? 돈 아까워 못 사는 거면 엄마가 지금 보내줄 테니 오늘이라도 빨리 사온나.” 체코에 온 지 4년 차,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을 앞두고 엄마와 나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이 여름을 나겠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체코의 여름은 한국과는 달라 선풍기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타국에서 돈이 없...
사람마다 자신만의 향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선 어떤 향이 날까? 차가 일상이 되고 일이 되는 ‘티 큐레이터’란 직업을 가지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나의 일상엔 향이 사라졌다. 은은한 향을 가진 차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차향을 덮어버리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로션, 핸드크림 등의 제품들을 전부 무향으로 바꿔야 했다. 그중에서도 손에 물이 닿는 날이 많다 ...
[부산 유엔기념공원] 묘지에 가면 숫자를 읽는다. 프랑스의 안시(annecy)라는 도시에 살 때, 마을 묘지에 자주 갔다. 누구나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도록 울타리는 낮았고, 작은 문은 항상 열려있었다. 제각각 다른 모양새의 묘석을 배회하면서 낯선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읽어보곤 했다. 묘석에 적힌 숫자는 언제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묘소에는 유난히 1918년의 죽음이 많...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소리는 어느 공간에나 숨을 불어넣는다. 그래서일까. 놀이공간이 참호처럼 구석구석 자리한 집은 언제나 명랑한 기운이 생동한다. 아파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집을 짓는 사람들은 각자 이루고픈 강렬한 꿈을 갖고 있다.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공실은 소음이 크고 먼지가 많이 나고 큰 목재들을 보관해야 하니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음악감상...
강진만 생태공원멀구슬쉼터 ••• 백조다리 ••• 목리1교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마음속으로 길을 걷는다. 양을 세듯, 숫자를 세듯 길을 걷는다. 그 길은 소리로 시작된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비가 땅에 스미는 소리,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강이 흐르는 소리, 바다가 밀려오는 소리. 그렇게 한참 걷다 보면 소리들이 천천히 사라지고 오직 내 걸음 소...
오늘은 누룩을 신을까, 아니면 이끼를 신을까. 이 비밀 암호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든 건 바로 신발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이다. 누룩, 그림자, 먼지, 석양, 이끼, 늪, 미역 등 자연에서 제품 색의 모티브를 얻고, 그걸 그대로 제품 이름으로 삼았다. 우리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자연에 관한 선명하고도 담백한 경외. 등고선이나 나이테를 연상시키는 아웃솔 무늬도, 마더그라운드라는...
Avocado tree 유치원에 다니던 아들은 몸이 작아 품에 폭 안겼다. 양반다리로 앉은 엄마 무릎에 엉덩이를 밀어 넣고 가슴팍에 등을 기대어 앉으면 정수리가 겨우 턱에 닿았던 조그마한 아들…. 우리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우린 몸을 포개고 거실의 좌식 탁자에 앉아 색연필로 색칠 공부를 하거나 동화책을 읽었다. 그날은 그림책 《아기 힘이 세졌어요》를...
₩ 1,500,000 “촌에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벌어봅시다.”남해 두모마을에서 촌라이프를 체험해보는 ‘팜프라’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2020년 봄, 나는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주로 ‘남들보다 치열히 살 수 있는가?’를 고려해왔다. 누구보다 바쁘고 경쟁적으로 살지 않으면 지는 느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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